「아버지는 카바레, 오렌지족은 록카페」3-4년전까지만 해도 통하던 이 말은 이제 낡아도 한참 낡은 구문이 됐다. 나이든 「아버지」도 새파란 「오렌지족」도 아닌 우리 사회의 30~40대, 이른바 386 또는 475세대로 통하는 「낀 세대」는 나이트클럽에서의 「혼외부킹」으로 욕구를 분출하고 있다. 당연히 업소들은 이들의 취향과 기호를 최대한 만족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업중이다. 94년 TV드라마 「서울의 달」에 등장했던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에 비유하자면, 이제 30~40대의 나이트클럽 부킹은 「일산 성남 안양 인천 찍고」의 형태로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킹 100% 보장」을 트레이드마크로 내걸고 출발한 안양 A업소가 부킹나이트클럽의 원조격이다. 이들 업소의 영업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일산의 한 나이트클럽. 밤 10시쯤 되면 러시아에서 온 무희들이 흥을 돋우는 이곳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 80년대 지금의 30~40대들이 젊음을 보냈던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가수 C와 M, K가 무대에 등장한다. 이 업소에는 현재 최고 인기가수 C가 출현하고 있다. 웨이터의 귀띔에 따르면 출연료는 열흘 계약에 1억2,000여만원. 그만큼 장사가 된다는 얘기다.
부킹 나이트클럽들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광경은 웨이터들이 손님들의 손을 붙잡고 이 좌석 저 좌석 끌고 다니며 부킹을 시켜주느라 바쁜 모습. 이들 업소에서의 기본 술값은 맥주 두세병과 안주 한 가지를 포함, 2만5,000~3만5,000원 정도. 양주 한병과 안주를 시키면 10만원 가량. 양주 한병에 수십만원씩 하는 호텔 나이트클럽이나 카바레에 비하면 주머니가 가벼운 주부들이나 직장인들을 유혹할 수 있는 가격이다. 주부들에게는 특별안주가 무료로 제공되기도 한다. 하지만 「부킹당한」 여자손님들의 술값은 남자손님들이 부담하는 것이 불문율이기 때문에 내는 쪽에서 볼 때 결코 싸다고만 할 수도 없다.
일산지역의 화정 마두처럼 수도권 곳곳에는 부킹 전문 나이트클럽이 우후죽순처럼로 생겨나 성업중이다. 지역적으로 물좋은 곳으로 알려진 곳들은 안양 인덕원 지역, 성남 모란시장 지역, 군포 등. 부킹족들은 최근 생겨난 「부르미」 택시 등 편리한 수단을 이용해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원정(?)까지 다닌다. 인천의 송도나 부천, 주안의 업소들도 이름난 부킹 장소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30~40대 중산층의 베드타운이라는 것이다. IMF한파도 그럭저럭 견뎠고 아이들 치다꺼리도 한손을 놓아 생활에 여유가 생겼지만, 채워지지 않는 문화적 욕구와 연령적 갈등으로 시달리는 이들이 바로 혼외부킹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달에 한 두번은 부킹 나이트에 간다는 남모(40·일산 거주)씨는 『신도시 지역의 부킹은 이제 서울로 거세게 역류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의 C나이트클럽을 대표적으로 꼽은 그는 『화곡동 강서구청 인근, 연신내 수유리 D, 영등포 E, 미아리 F, 강남 고속터미널 인근 G 등이 요즘 서울에서 확실한 부킹 나이트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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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은 부킹족 필수품
하이테크의 혁명이 성(性)의 혁명을 거들고 있는 것일까.
휴대폰 무선 호출기 등 첨단 통신수단이 대량 보급되지 않았던 2-3년전만 해도 낯선 이성과의 은밀한 교제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직장이나 집 전화 등 통신 수단이 제한돼 있어 신원이 노출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폰과 호출기의 대중화로 은밀한 만남이 한층 쉬워졌다. 그래서 휴대폰은 혼외 부킹족의 필수품이 됐다.
일산 A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이모(32·여)씨는 연락처를 묻자 『그 쪽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면 내가 먼저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휴대폰 등으로 「접속」에 성공하게 되면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낮 시간이나 퇴근후 틈을 내 만남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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