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아기자기하고 재미 있어서, 소설가 이문구씨는 읽고 또 읽었다. 그도 모자라,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가 꼭 한 번 거쳐야 할 「정서적 이유식」』이라고까지.동화책 「나야, 뭉치 도깨비야」는 귀여운 도깨비 뭉치가 보람이네 집 책상 서랍 뒤에 살면서 겪는 이야기. 뭉치는 두살바기 아름이를 깨웠다고 엄마한테 야단맞기도, 콧구멍이 『빵』 뚫리는 물김치를 먹고 신기해 하기도 한다. 쇄수를 헤아리기 지금 20차례에다, 6만 4,000여부가 팔렸다(웅진출판刊).
『내집에는 도깨비가 없는데, 경복궁에는 사나요』 94년 맨 첫쇄가 나간 뒤, 몰려든 어린이 독자 편지의 제 1호가 지은이 서화숙(39)씨에게는 아직도 생생하다. 여섯살 배기의 삐뚤빼뚤한 글씨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아이들은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마다 꼬박꼬박 답장을 부쳐 준 서씨의 정성이 쌍을 이뤘다.
90년 계간지 「민음동화」를 통해, 그는 아동작가의 반열에 섰다. 형아라는 아명을 필명으로, 도깨비 파문을 일으키고 있던 그를 웅진출판사가 찾았다. 6편의 새 에피소드를 추가, 94년 웅진의 단행본으로 첫선 보였다.
요즘 그는 우리시대 아이들의 내면을 생각한다. 『고통을 감내할 힘이 없는 아이들의 세계는 어쩌면 지금 어른들보다 더 「비극적」이지 않나 싶어요』 떼밀리듯 살고 있는 이 시대 기성세대가 어떻게 행복의 기억을 심어주겠느냐며. 앞으로 그의 동화는 「어린이들은 이 지옥을 이겨낼 수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되기로 했다. 『애들은 누구나 다 이쁘잖아요』
서씨는 한국일보 여론독자부 차장으로 근무중이다. 꼬마 독자가 물어 온 경복궁이 손에 잡히는 데가 바로 그의 일터다./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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