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리한다” 떳떳하게 말하라제1회 월경페스티발
「나는 생리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전세계 여성의 1/5은 지금 이 순간도 「생리중」이다. 여성은 평생의 1/8에 해당하는 긴 기간을 생리를 하며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리를 한다는 것은 늘 부끄럽고 감춰야 할 치부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 슈퍼마켓에서 매번 생리대를 구입할 때나, 생리통으로 직장을 하루 쉬어야 할 때 으레 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여성들로 하여금 「생리」에 대해 보다 떳떳하고 당당해질 것을 촉구하는 이색 페미니즘 행사가 열린다. 10일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고려대 대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제1회 월경 페스티발(The Menses Festival 99)」.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서울시립대의 여성 동아리들이 주축이 돼 기획한 이 행사는 생리를 둘러싼 모든 문제를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자리다. 남녀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있는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때론 미화되고, 때론 비하되는 여성의 성(性)을 바르게 자리매김하자는 것이다.
여성학자 오숙희씨의 사회로 진행되는 행사에는 막 초경을 시작한 초등학생부터 폐경기의 아줌마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생리에 얽힌 경험담과 자기주장을 펴는 「프리스피치 타임」, 연극 「피를 나눈 자매들」, 코미디 「그녀가 생리하던 날」, 생리통의 극복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무대 밖에서는 월경증후군에 따른 여학생의 결석을 학칙으로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전개된다. 주최측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전국의 대학교를 돌며 비슷한 형태의 이벤트를 개최할 계획. 서울시립대의 한 여성학 수업은 이날 행사 참여를 커리큘럼으로 택하기도 했다.
행사를 기획한 연세대 여성자치언론모임 「두입술」편집장 이현옥(23·여·정외과 3)씨는 『생리는 그것을 일상으로 안고 사는 여성들에게조차 구질구질하고 찝찝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생리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씻고 여성 문제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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