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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터키 구조활동을 마치고

입력
1999.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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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30일 터키에 파견되었던 17명의 구조대원이 여진과 전염병의 위험 속에서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사랑과 관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귀국 할 때 이스탄불까지 전용기를 제공하겠다는 터키정부의 제의나 『꼬레』를 외치는 시민들의 모습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우리가 투입된 현지는 모든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되고 시민들은 탈출해 유령도시와 같았다. 출발 전 터키지진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입수하고 유엔 인권국과 연락해 활동지역을 배당받아 두었지만 현장은 너무 참혹했다.

구조대원의 꿈은 생존자를 구해 안고 나오는 것이다. 한번은 『살려주세요』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곳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가혹한 지진은 조그만 생존공간마저 없애버리고 우리는 시신을 수습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수습한 154구의 시신은 모두 살아 있다고 신고한 곳에서 발굴한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사고에서 단련된 대원들은 지진을 겁내지 않아 지휘관인 나를 힘들게 했다. 그 와중에 규모 5.4의 여진으로 반쯤 무너진 건물에서 비상탈출을 하다 2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현장마다 우리가 가지고 다닌 2톤 가량의 장비는 다른 나라 구조대를 압도했다. 그들은 수동절단기와 곡괭이인 반면 우리는 40톤을 들거나 자를 수 있는 유압장비, 생존자탐지기 등 첨단장비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비록 많은 나라에서 구조대가 파견되었다고 하지만 대학생, 퇴역군인 등 자원봉사자거나 광원들도 있어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했다. 특히 우리가 갖고 간 3톤의 물과 음식물은 야영을 하는 우리 대원들의 건강을 지키는데 큰 힘이 되었으며 차량과 통역, 음식물을 제공해주신 한국교민, 기업, 대사관의 도움에도 감사드린다.

귀국비행기 속에서 늦게 출동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전후사정은 매우 다르다. 지난 달 17일 새벽에 발생한 지진은 피해규모마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18일에야 터키는 세계 각국에 원조를 요청했고 우리나라도 19일 구조대의 파견을 결정하였으나 다음날인 20일에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터키행 직항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구조활동은 한국전쟁때 보여준 그들의 희생에 다소 보답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참혹한 현장에서 돌아온 한 대원이 숨죽이며 흘린 눈물의 의미를 이해할 것 같다. 인류애는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터키가 이 역경을 하루 빨리 극복하기를 바란다.

/최진종·중앙119구조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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