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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가 서로에게] "그립고 사랑스런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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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가 서로에게] "그립고 사랑스런 딸에게"

입력
1999.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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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갇힌 시인이 어린 딸에게 편지를 썼다. 7년 만에 출감하자 난 지 5개월 만에 헤어졌던 딸은 초등학교 1학년이 돼있었다. 「영희가 서로에게」(이진출판사. 6,000원)는 박영희(38) 시인이 딸 서로에게 감옥에서 써보낸 편지모음이다. 그는 일제시대 광부징용에 관한 서사시 자료를 구하려고 91년 방북,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됐다 지난해 8·15 특사로 석방됐다.친구처럼, 때론 존댓말로 연인처럼 쓴 시인의 편지는 사랑으로 넘친다. 그립고 사랑스런 딸에게, 그는 좁은 감방에서 1회용 컵에 꽃을 키워 꽃씨를 보내기도 하고 동시를 지어보내기도 했다. 그는 딸의 마음에 햇살처럼 퍼지게 맑고 아름다운 편지를 썼다. 장난꾸러기 같고 천진스럽기조차 한 글들이다.

가슴 아픈 표정도 비친다. 96년 어린이날 편지가 그렇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아빠는/ 네 사진에 입맞춤부터 한다/ 그러나 너는 무척 화가 나 있다/ 너의 오른손을 잡아줄 사람이 없어서인가/ 아저씨들은 많건만/ 아빠는 세상에 딱 한 사람뿐이서/ 우는/ 꽃아/ 누가 잡아주지 네 오른손을/ 언제나 잡아주지…너도 울고/ 아빠도 우는 5월5일/ 하늘은 쨍쨍/ 실로폰 연주를 하지만/ 아빠 가슴엔 비가 내린다」

그는 올해 처음 서로와 함께 어린이날을 지냈고 서로의 생일을 챙길 수 있었다. 생일케이크를 사면서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지난해 출감했을 때는 서로의 생일이 지난 뒤였기 때문이다. 그와 아내, 서로는 대구에서 살고있다. 서로는 다불어 살라는 뜻으로 지은 순우리말 이름이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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