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조차 그들을 이방인 취급했다. 분명 한국인이면서 제작사가 일본이란 이유로 그들의 영화는 일본작품으로 분류돼 조국에 들어오지 못했다. 일본대중문화 개방이 됐지만 아직도 그 벽은 여전하다. 해외영화제 수상이라는 자격을 갖추지 않는 한 수입이 되지 않는다.제1회 한·일청소년영화제(KOPAN YF99)는 그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현재 재일동포 감독 트리오로 통하고, 일본영화계에서도 존재가 뚜렷한 재일동포 감독 김덕철(52) 김우선(47) 김수길(38). 그들은 누구보다 아산 영화제 현장을 반겼고, 자신들의 영화를 조국의 청소년들이 본다는 것에 가슴 벅차했다. 다큐멘터리 「건너야 할 강」(93년)을 갖고 온 김덕철 감독은 『어릴 때 떠난 고향을 찾아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어스」(91년)의 김수길 감독은 『이제 한국영화인들과의 공동작업도 생각해 볼 수 있 고까지 전망했다.
셋은 20년 지기다. 태어난 곳은 모두 오사카. 우연인지 몰라도 본관(김해 김씨)까지 같다. 그 때문에 알고 친해진 것은 아니다. 영화가 이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선배인 김덕철 감독이 앞장섰다. 『축적된 일본영화 기술부터 배우자』는 생각에 촬영감독을 시작한 그는 자신과 같은 길을 가거나 가고 싶어하는 후배가 있으면 서로 힘이 되주고 싶었다. 그래서 와세다대 학생이던 김우선을 만났고, 「윤의 거리」로 일본영화연맹 신인각본상을 받은 당시 18세의 청년 김수길의 이름도 신문에서 알게됐다. 그래서 김덕철 감독은 86년 김수길 감독의 데뷔작 「당신의 맨발의 신을 보았는가」의 촬영을 맡아주었고, 그 영화로 김수길 감독은 오사카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이번에는 김우선 감독이 「윤의 거리」를 데뷔작으로 하고 싶다고 하자, 김덕철 감독은 둘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89년 「윤의 거리」의 감독(김우선) 작가 (김수길) 촬영감독(김덕철)이 됐고, 김우선은 이 영화 한편으로 일본감독협회 신인상, 하와이영화제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도 받았다. 셋은 이구동성으로 『일본속 우리동포들의 삶과 아픔과 긍지를 이야기하겠 고 했다. 왜 꼭 그래야만 할까. 그들은 『선택』이라고 했다. 일본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한국인일 수밖에 없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김덕철 감독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인생이나 진실의 기록으로, 김우선 감독은 힘들지만 「윤의 거리」 각본에 없는 할머니의 존재를 넣고, 재일동포 3, 4세들을 배우를 쓰면서 한 인간의 뿌리까지 파들어 가는 고집으로 그것을 담겠다고 했다. 김우선 감독은 10년만에 두번째 작품 시나리오를 쓰고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인 52년 도쿄 미군기지 주변의 매춘부들의 이야기이다.
김수길 감독은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가 가장 아끼는 제자이다. 「윤의 거리」 시나리오를 보고 그의 재능을 일찌감치 간파한 노감독은 『이글거리는 눈이 자신의 젊은 시절과 닮았 고까지 했다. 그의 칭찬대로 김수길 감독은 재일동포들의 정체성문제를 일본인과의 관계에서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날카롭고 빠르게 담고자 한다. 촬영이 끝나 편집만 남은 새 영화 「상미/미츠요」(99 선댄스 NHK영상작가상 우수상 수상) 역시 재일동포 3세와 일본 여학생의 우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 2002년 월드컵 개막식때 상영됐으면 좋겠다는 김수길. 『이런 이야기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사회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해나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영화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 /아산=이대현 기자
<세 감독의 작품>세>
#김우선 감독-윤의 거리
오사카 같은 동네에 사는 재일동포 3세로 한국 이름이 윤자인 준코와 일본청년 유지.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준코가 한국인이란 이유로 주변으로부터 눈총을 받는다. 결국은 헤어지는 두 사람. 징용으로 끌려간 남편을 기다리다 죽는 할머니, 조선인에 대한 반감으로 준코를 폭행하는 유지의 동생. 이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준코의 모습이 슬프고도 아름답다.
#김수길 감독-어스
2007년의 가상공간에서 26살의 료헤이가 어린 시절인 1990년을 회상한다. 여름날 아침, 동네 쓰레기를 치우는 쇼이치를 만난 소년은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을 발견한듯 쓰레기 수거에 매달린다. 그 일로 외톨이가 된 소년. 어느날 쓰레기에 섞여있던 소화기가 폭발해 쇼이치가 부상하자 비오는 거리에서 혼자 쓰레기를 치운다. 지켜보던 친구들이 달려와 그를 돕는다.
#김덕철 감독-건너야할 강
2차대전중 강제연행된 한국인이 많이 사는 코우치현의 하타고교생들이 역사의 진실을 기록한다. 소설가 김유미를 초대해 토론도 하고, 급기야는 군대위안부로 끌려갔던 김학순 할머니를 찾아 한국을 방문한다. 할머니로부터 처참한 과거얘기를 듣고 일본으로 돌아간 학생들은 『우리가 진정 건너야할 강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일본감독 모리 야스유키와의 공동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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