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주가 조작에 대한 수사 배경에는 정치적 이유가 숨어 있다』현대전자 주가조작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정치권과 재계 주변에서는 이런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이번만이 아니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재벌그룹 구조조정이나 빅딜 등 재벌개혁 과정에서 어느 재벌이 불이익을 당하면 으레 정치적 배경설이 무성하게 떠돌았다. 특정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나 검찰수사가 실시될 때도 마찬가지다.
현대전자 주가조작에 대한 검찰수사 착수 배경을 둘러싼 소문이 대표적 사례다. 소문의 요지는 정부의 금융관리 고위책임자가 현대증권의 이익치(李益治)회장에게 공동여당의 한 유력 정치인을 만나 달라고 했는데 이회장이 끝내 외면해 괘씸죄에 걸려들었다는 것.
이 고위책임자는 과거 경제부처에 근무하던 시절의 인연으로 이 유력 정치인과 밀접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주가 조작으로 재미를 보는 것은 지금까지 공공연한 비밀로 「죄가 된 적이 없는데도」이익치회장이 이 고위책임자에게 「찍히는」바람에 금감원이 현대전자 주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결국 금감원의 고발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특정 회사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증권거래소가 심리해 이상이 발견될 경우 금감원에 이첩하고 금감원도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검찰에 고발을 하도록 시스템화해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금융권 주변에서는 금감원이 현대전자 주가급등과 관련해 현대그룹 인사들을 고발할 때 이익치회장을 제외해 오히려 봐준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그전에 현대와 LG그룹간 반도체 빅딜과정을 둘러싸고도 정치적 배경설이 제기됐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훨씬 앞선 주자인 LG반도체가 후발 주자인 현대전자에 통합되도록 결정이 나자 LG그룹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눈밖에 났기 때문이라는 소문이었다. 김대통령이 야당 총재이던 시절 LG그룹이 정치자금을 도와주지 않아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청와대측과 현대측은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측은 『청와대가 반도체 빅딜과정에 개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김대통령이 과거의 감정으로 재벌을 대하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대측도 『국제적인 평가기관인 ADL사의 객관적 판정에 따른 것이지, 빅딜 과정에서 뒷거래나 외부적인 압력은 작용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삼성자동차의 처리과정에서는 삼성그룹에 대한 정치적 불이익설이 떠돌았다.
삼성그룹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민회의측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아자동차의 인수 등에서 불이익을 당해 결국 삼성자동차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현정권이 삼성자동차 죽이기에 나섰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이유야 어찌됐든 자동차를 포기함으로써 그룹차원에서 큰 부담을 덜었으며 결과적으로 득이 됐다는 견해가 많아 삼성이 정치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삼성그룹이 현정권 출범후 정치권에 기대를 버리고 자세를 낮춰 구조조정에 적극 나섬으로써 오히려 득이 된 것은 하나의 역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우그룹의 해체와 관련해서는 좀 각도가 다른 정치적 배경설이 나온다. 김우중(金宇中)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정치권의 실력자들을 믿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버티다 실기해 결국 그룹해체라는 비운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5·24 개각에서 정부 고위직에 있었던 인사가 갑자기 경질된 것이 대우그룹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설도 있다.
이계성기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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