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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김정일 정권 1년과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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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김정일 정권 1년과 대북정책

입력
1999.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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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서해도발에 이은 북방한계선(NLL)무효화 선언 등을 계기로 우리는 지난해 9월5일 김정일(金正一)정권 출범후 1년을 평가하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짚어볼 시점에 와 있다. 북한은 김일성(金日成)사망후 그들의 정책이 김일성 생존시에 비해 0.001㎜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지난해 김정일의 「강성대국론」을 새로운 최고통치이념으로 내세웠다.시한부 상속정권으로 일컬어지던 김정일정권이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체제안정의 틀을 잡아온데는 ①대내 통제강화 ②대미 관계개선 ③대남 이중적 태도 견지(남한당국 배제 및 남한기업과 교류)라는 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김정일은 김일성의 권위와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체제유지를 위한 전력투구를 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2일 발표된 북한의 NLL무효화선언도 짧게는 당면한 여러 갈래의 대미협상(미사일협상, 4자회담, 페리의 포괄협상안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길게는 접전체제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떠했는가. 대북포용정책의 기저에는 북한변화에 관한 낙관론이 깔려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물론 북한 내부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회주의체제 강화를 위한 전술적 변화이지 체제수정을 위한 전략적 변화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인물이 햇볕에 의해 외투를 벗는 것과 같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며 주부관광객을 공작요원으로 보는 「문제아 국가」인 것이다. 그들은 개방, 개혁, 남북관계개선 등 전략적 변화는 곧 체제붕괴라는 등식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의 변화를 낙관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또한 정부는 포용정책의 목표를 북한변화 유도에 두고 각종 지원과 협력이라는 햇볕을 쪼여왔다. 그러나 포용정책이 자기들 내부로부터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것으로 인식한 북한은 제한개방 주민통제 등 방어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포용정책에 의해 제공되는 경제적 실리만을 챙기는 이중적 태도, 즉 북한식 정·경분리정책을 취해오고 있다. 더 나아가 그들은 남쪽으로부터 식량 비료지원 및 금강산관광에 따른 현금지급 등 많은 혜택을 받았음에도 잠수정침투, 서해교전, NLL무효화선언 등으로 응대해왔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첫째 대북포용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이상 이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포용정책의 목표 정신은 타당하다고 하겠으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방법면에서는 다양성과 신축성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의 대남정책이 이중성을 띠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햇볕만이 아닌 바람도 보내고 당근과 채찍을 함께 드는 「조건부 포용정책」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북한의 정교한 협상전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북한은 94년 영변 핵시설 동결의 대가로 46억달러 규모의 경수로발전소를 받아냈고 올해에는 금창리 핵의혹시설 조사대가로 60만톤 상당의 곡물을 받았으며 현재는 대포동2호 미사일실험발사 연기 및 NLL무효화선언을 무기로 삼아 미국으로부터 대북경제제재 완화 등 큰 양보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협상카드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세분화하는데 재미를 부치게 된 이면에는 그동안 북한이 말썽을 부릴 때마다 달래기 위해 당근을 제공해온 한·미 양국 정부의 대북유화정책과 미숙한 협상태도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정부는 대북협상카드를 가능한 한 아끼고 새로이 발굴하는 노력과 함께 상호주의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는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다.

셋째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을 「통미-통남(通美-通南)정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태도가 중요하므로 대미설득에 주력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남북대화없는 북·미대화는 어렵다는 식의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게 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균형잡힌 대북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송영대 - 전통일원차관 숙명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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