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5% 늘어난 93조원으로 책정했다. 이같은 증가율은 92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며, 내년 재정적자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에서 3.5%로 낮췄다. 정부가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인식해 이를 줄이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선거에 따른 각종 선심성 정책과 공적 자금 투입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구조조정등으로 이같은 정부의 방침이 지켜질지 의문이다.IMF체제 진입 이후 재정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통한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주력했다.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금융구조 조정, 실업대책, 사회간접자본, 중소기업등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했고, 보증채무까지 합치면 2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가 빚이 국민 한사람당 500만원이 넘게 됐다. 이같은 재정지원은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극심한 불황으로 민간부문이 어려울 때 정부가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과열과 인플레가 우려돼 재정은 경기대응보다는 건전성 회복에 주력해야 될 때가 됐다.
재정적자는 미국 일본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계속 누적되는 경향이 있다. 긴축보다는 돈을 푸는 것이 일단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언젠가는 문제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국가채무 및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당장 인기가 없더라도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 건강한 국가를 위해 균형재정으로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강제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등으로 세금이 많이 걷힐 경우 이를 전액 국가 빚을 갚는데 쓰도록 법으로 정해야 한다. 세금을 줄일 경우 이에 대응한 세수증대 방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상속·증여세 과세 강화 및 전문직 고소득층에 대한 세무관리 철저화는 이런 맥락에서 필요하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말이 있듯, 빚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정책당국에 강한 유혹이다. 따라서 긴급한 목적의 국채발행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금지해야 하고, 매년 국가채무 및 재정적자 한도를 설정해 공표해야 한다.
내년도 나라살림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재정적자 극복을 위한 정부의 의지다. IMF체제 진입후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기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재정이 상대적으로 튼튼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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