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공개수사이후 현대측이 경제논리를 들어 검찰수사를 비판하고 나선데 대해 검찰은 자칫 역공을 당할 수 있다고 염려하는 분위기다. 검찰관계자는 『경제에 있어선 그쪽이 우리보다 한발 앞서는 것이 사실 아니냐』며 『따라서 수사에서 현대측에 책잡힐 여지를 남기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실제 검찰은 정씨 일가의 현대전자 주식 매도시점을 시세차익이 최고인 올해초 대신 주가조작이 마무리된 지난해 11월로 한정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현대측 논리가 결국 이익치 쇼크로 인한 주가하락에서 나온다고 보고 증권계 동향을 수시로 점검했다. 수사팀은 3일 오전 주가가 900선을 회복하자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강원은행 등 현대계열사들이 추가로 주가조작에 나섰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대측의 조직적 개입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추궁에 검찰은 『사건 본류와는 별개의 사건』이라며 『절대 수사확대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훈규 특수1부장은 『처음엔 우리도 조직적 개입인줄 알고 좋아서 추적했다』며 『그러나 결국엔 게열사 자체의 주가관리 정도로 드러났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다』는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이부장은 『나도 주식이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검찰때문에 주가 떨어진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검찰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현대측도 검찰 수사망이 차츰 수뇌부를 겨냥해 좁혀오자 기존의 감정적인 대응방식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현대측은 외부적으론 「고공플레이」로 불리는 여론을 이용해 검찰을 압박하고, 내부적으론 검찰조사를 받은 임직원들의 진술내용을 캐내는 「복기(復碁)」를 통해 검찰과 맞서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검찰은 물론 회사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복기를 포기하고 법률적·경제적 대책수립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수사로 임직원들의 검찰소환 장면이 언론에 낱낱이 공개되자 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과 노정익 그룹구조조정본부 전무는 약속시간보다 일찍 검찰에 출두, 취재진을 피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당초 3일 오후2시께 서울지검에 도착하기로 한 두사람은 취약시간대인 점심시간을 이용, 2시간 이른 12시께 유유히 11층 조사실로 올라갔다. 이들의 기습출두에 허를 찔린 검찰과 취재진들은 『그룹차원의 개입여부를 캐기위한 소환이었던 만큼 현대측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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