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대 조경학과 전승훈(田承勳)교수팀이 경기 광주군 경안읍 경안배수펌프장 유수지 2,500여평을 빼곡히 메운 국내 최대의 물옥잠 집단 군락지(본보 3일자 22면 사진)를 처음 발견한 2일.전교수는 『부들 큰고랭이 올방개 돌바늘꽃(이상 습지식물)도 보이고 개아재비(수서식물)도 있네』라고 연신 감탄의 눈길로 돌아보며 『인위적으로 조성한 유수지에 이렇게 완벽한 수생생태계가 자연적으로 조성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보라색 꽃망울을 일제히 터뜨린 물옥잠 군락 사이에서는 백로와 흰뺨검둥오리 등 조류와 다양한 곤충, 어류들이 한가롭게 노닐며 완벽에 가까운 습지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흥분도 잠시. 『베어내면 더 자라는 풀들이 골치여서 제초제를 뿌려 제거하려고 한다』는 펌프장 직원의 말은 일순간 찬물을 끼얹었다. 화들짝 놀란 전교수 일행은 『수십억원을 들여도 이처럼 완벽한 자연생태계를 조성하기 어려운데…』라며 서둘러 관할 광주군청에 「보호요청」문서를 접수시켰다.
펌프장 직원이야 자신이 관리하는 유수지의 「잡풀(?)」을 제거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것이었겠지만, 공무원들이 얼마나 환경에 무지한 지를 보여주는 씁쓰레한 장면이었다.
뒤늦게 나마 관할 관청은 이곳을 생태교육공원화해 어린이와 청소년 등을 위한 생태환경의 산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 반가운 소식이 자연과 인간의 유토피아적 공생모델로 연결돼, 오염하천 대신 천연기념 동식물 취재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유수지로 달려가는 기자의 모습을 그려본다.
최규성 사진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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