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교전에서 일방적 수모를 당하고 물러섰던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북방한계선(NLL) 무효화를 선포하면서, 단호한 「자위권」행사를 천명했다. 이에 앞서 해군기동훈련을 강화하고, 해안포와 스틱스(Styx)함대함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틱스 미사일 발사훈련은 95년이후 처음이라니, 이번에는 그냥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위하는듯 하다. 우리 군의 강경대응 자세와 맞물려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든다.■북한의 오사·코마급 초계정에 장착된 스틱스 미사일은 남북 해군력 균형과 NLL 문제와 관련이 깊다. 북한해군은 70년대초까지 케네디대통령이 2차대전때 타고 활약한 PT- 109와 비슷한 소형 어뢰정이 주축이어서, 3,000톤급 구축함을 앞세운 우리 해군의 상대가 못됐다. 우리 해군은 NLL을 마음놓고 넘나들었고, 북한은 NLL에 도전하기는 커녕 해안 방어력 구축에 급급했다. 그러나 북한이 73년 미사일 초계정 수십척을 도입하면서 순식간에 판도가 바뀌었다.
■스틱스 미사일은 중동전에서 이집트 해군이 단 한발로 이스라엘의 5,000톤급 구축함을 격침, 서방에 충격을 준 최신예 미사일이었다. 함포밖에 없던 우리 해군은 졸지에 NLL부근을 피해 남쪽에서 맴도는 처지가 됐고, 북한은 유엔군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NLL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당시 박정희대통령은 미국에서 낡은 스탠더드 암 미사일을 얻었으나 스틱스에 뒤지자, 포클랜드 전쟁에서 위력을 떨친 프랑스제 엑조세 미사일을 사기위해 미국과 갈등을 겪었다.
■미사일 균형을 다투던 20년전과 달리, 지금은 우리 해군력이 압도한다. 그러나 힘의 균형이 기울 때가 더 위험하다. 지난번에는 북한이 맞붙을 태세가 아니었지만, 우리 군이 다시 힘을 과시한다면 정면대응할 공산이 크다. 결국 NLL 주변이 분쟁수역으로 부각돼 북한쪽 명분만 키울 수 있다. 사태가 확산돼 우리쪽 피해가 커지면 국민반응도 전과 다를 것이다. 힘은 싸움보다 협상에 쓰라는 병가(兵家)의 교훈을 유념해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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