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이 고문과 살인을 거듭하는 사실을 알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다』 벽안(碧眼)의 영국 청년 제임스 모슬리(26)가 지난달 31일 체포위험을 무릅쓰고 태국에서 미얀마의 국경을 넘은 이유다. 5백여장의 반정부 유인물을 가진 모슬리는 바로 미얀마 북부 타치레크 인근에서 체포됐고 다음날인 1일 불법입국과 출판간행물법 위반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았다. 모슬리의 용기있는 행동은 10년넘게 군사정부에 대항해 민주화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미얀마에 「작은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다.이미 2번의 체포와 추방경력이 있는 모슬리가 다시 미얀마로 향한 이유는 「영혼의 울림」때문. 그는 국경을 넘기직전 체포될 경우를 대비해 인터넷에 미얀마 국민들에게 궐기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남겼다. 군사정부에 대해 당장 정치범을 석방하고 폐쇄된 대학의 문을 열라고 주장한 그의 서한은 『도덕적으로, 이성적으로 옳다는 영혼의 울림때문에 미얀마 인권캠페인을 중지할 수 없다』고 자신의 저항이유를 밝히고 있다.
영국 랭카셔 출신의 모슬리는 95년께 뉴질랜드에서 우연히 미얀마의 망명 난민들을 만난 이후 민주투사로 변신했다. 군사정권의 고문과 살인행각을 전해들은 그는 미얀마로 들어가 반정부 단체에서 영어교사로 활동한다. 97년 당국이 그가 속했던 반정부 캠프를 불 태워버리자 홀로 수도인 양곤으로 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첫 추방령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98년 4월 재차 국경을 넘다 체포되어 98일간의 투옥생활끝에 재입국하지않는다는 조건으로 풀려났다.
모슬리는 영국 시민권과 함께 호주 시민권도 갖고 있어 영국과 호주 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그의 구명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유감이지만 이번에는 관용을 베풀기 힘들다』고 버티고 있다.
네윈 독재정권에 대항한 민주세력의 88년 8월8일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한뒤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사정권은 국제사회로부터 대표적인 인권침해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모슬리의 투옥은 특히 9일로 예정된 민주단체들의 총궐기와 맞물려 자칫 미얀마 민주운동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을 것같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