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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성] 불감증- 심리적 요인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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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성] 불감증- 심리적 요인도 커

입력
1999.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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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출산을 한두 번 겪고 나면 산부인과가 꽤나 친밀한 곳이 된다. 그러다보니 중년 여성 중에는 부인과질환을 치료하려 왔다가 불감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 『지금까지 재미를 모르고 살아왔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이런 게 아닌 것같다…』라고들 토로하는 것이다. 사실 불감증이란 의학적인 용어는 아니다. 말 그대로 「느낌이 없다」는 의미인데, 그 안에는 몇 가지의 여성 성기능장애가 뭉뚱그러져 들어 있다.여성 성기능장애는 보통 다음 4가지로 나뉜다. 지속적으로 성적 욕구가 없거나 부족한 성욕장애, 충분하고 적절한 자극에도 불구하고 성적으로 흥분되지 않는 성흥분장애, 성적 흥분 상태에서 적절하고 지속적인 자극에도 불구하고 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오르가슴장애, 성교통이나 질경련과 같은 통증장애 등이다. 물론 각 장애는 서로 긴밀히 연관돼 있다.

성적 자극에 대한 반응은 우리 뇌 안의 변연계라고 하는 부위와 관련돼 있다. 변연계는 감정, 성욕, 식욕과 같은 본능적 충동을 프로그래밍하며 자율신경의 장기지배에 관여하는 기능을 한다. 성적으로 흥분되면 가슴이 뛰고 식은 땀이 난다든지, 질이나 자궁의 수축이 일어나는 오르가슴 현상 등은 변연계의 기능과 연관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런 변연계의 기능이 원활한 반면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즉 변연계의 기능 차이로 인해 성적으로 민감한 여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밖에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결핍, 성욕저하와 관련되는 약물의 복용, 신경학적 질환,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 요인 등이 불감증의 원인이 된다.

불감증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들어 보면 심리적 요인 때문에 성욕 자체가 결여돼 있는 경우가 많다. 성흥분장애나 오르가슴장애와 연관된 경우도 흔하다. 아직도 많은 여성의 잠재의식 속에는 남성 위주의 성적 억압이 내재돼 있다. 대다수의 여성이 남편의 만족을 위해 오르가슴을 가장하고, 성적 욕망이 꿈틀거려도 수치심 때문에 이를 억누르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성은 자연스러운 인간 감정의 표출일 뿐이다. 여성이 불감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순간부터 그 여성은 자아를 찾고자 하는 눈을 떴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여성들이여! 이제 자유롭게 성을 이야기하자./홍순기·인애산부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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