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의혹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청문회가 진실규명에 실패한 채 막을 내렸다. 88년 11월 5공비리청문회로 우리 정치사에 모습을 드러낸 청문회는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더니 이번에 들어서는 「거짓말 경연장」이라는 냉소와 함께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옷사건청문회에선 핵심 증인들은 4인 대질신문에서 조차 「4인4색」의 진술로 위증을 밥먹듯이 했다. 또 수사기관의 고질적인 기록검증 거부도 청문회를 「종이호랑이」로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 의원들의 한심한 사전준비와 생중계를 의식,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의제와 상관없는 자극적 질문만 일삼는 「스타병」도 여전했다.
국회 정치개혁입법특위는 지난달 31일 국회관계법 심사 소위를 열고 국회법개정 목록에 청문회제도개선도 정식으로 올렸다. 정치권도 청문회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여야는 일단 미국식 청문회제도의 장점을 우리제도에 가미하는 방식으로 개선의 큰 틀을 잡고 있다.
우선 거짓말을 막기위해 『벌칙을 강화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조율중이다. 위증을 해도 특위위원들의 과반수 동의가 없으면 고발을 못하는 규정을 고쳐 3분의 1 이상 위원들이 연명으로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처벌강도도 높이자는 것이다. 여당보다는 한나라당이 이 방안에 더 적극적이다.
여야는 또 증인면책제도와 증언강요제도 도입등 6개 사항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면책제도는 증인이 자신의 죄를 고해성사할 수 있도록 증언내용으로 인해 형사소추를 받지 않게 하자는 것. 미국에선 이미 제도화됐다.
증언강요제도는 『모르겠다』,『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의 증언기피 또는 거부를 법으로 막자는 것이다. 신문시간을 계산할 때 답변시간은 제외해 증인이 말할 기회를 충분히 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중복질의의 비효율적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쟁점사항이나 증인별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신문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며, 외부 전문조사관을 고용해 사전조사를 맡기는 「사전 전문조사관제도」의 도입도 추진중이다. 이같은 방안들이 제도화한다면 청문회는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여야의 논의자체가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여야는 또 수사기관이 사생활 침해와 재판등의 사유등을 들어 정보제공을 거부하는데 대한 대책도 논의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못한 상태.
시민단체등에선 『자료청구권이나 정보요구권등을 명문화하고 특히 수사및 공판기록 검증절차를 관련 법규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증인진술서의 사전제출, 특위에 일정한 사법권을 가진 조사권한 부여, 변호사와 회계사등 전문가들을 증인신문에 참여시키는 방안등도 개선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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