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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카페] 강변에 이는 포크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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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카페] 강변에 이는 포크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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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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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필링이 달라요. 젊었을 때 좋아했던 가수들이 나오는 데다 강변이라 분위기도 좋죠. 아이 둘 모두 학원에 간 밤시간에는 부부가 나들이 하기 좋아요. 영화나 연극 공연보다 생생한 음악을 듣는 이 곳이 더 좋아요. 한두달에 한 번 꼴로 찾는 편이죠』(서울 강남구 대치동 홍승도(48)·윤재희(45)씨 부부·카페 「셸부르」에서)『원주는 시골이라 이런 장소가 없어요. 공연장도 별로 없고. 몇달 동안 벼르다 오늘 왔어요. 모처럼 아이들을 버려두고 아내와 함께 왔지요. 오는 데는 두시간이 걸렸어요. 장소 찾기가 좀 어려웠는데 그래도 아주 만족스럽네요. 분위기도 좋고』(원주 시민 이모(35)씨·카페 「콘서트」에서)

■미사리에 피는 통기타 문화

통기타 문화가 죽어가고 있다지만 서울 외곽 카페촌을 둘러보면 그렇지 않다경기 하남시 올림픽 조정경기장 일대 미사리는 이제 통기타 문화의 메카.

31일 밤 9시 카페 「셸부르」. 「아베 마리아」 「우리사랑」「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등으로 알려진 가수 김승덕씨의 무대. 테이블 21개가 꽉 차 손님은 90명.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 갈채. 대부분 중년의 부부들.

『노래할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좋지요. 사실 「가요무대」 같은 프로그램을 빼고 포크 가수들이 설 방송은 전무합니다. 미사리를 중심으로 라이브 포크 카페 바람이 불어 새로운 돌파구가 생겼다는 점은 우리같은 「늙은」 가수들에겐 큰 위안입니다』 40분간 공연을 마친 김승덕씨는 이런 무대가 마냥 고맙다고 한다.

미사리에서 가장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이곳은 「이종환의 셸부르」라는 이름이 붙었듯 그의 「사단」 가수들이 나온다. 양희은씨가 오후 1시에 공연을 하고, 이어 홍민, 채은옥, 임지훈, 유익종, 김승덕, 남궁옥분, 강은철 등 18명의 가수들이 정오부터 밤을 새워 새벽 6시까지 노래를 부른다. 채은옥, 임지훈 등 그간 활동이 뜸했던 가수들은 이곳 분위기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십수년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6월 9일 인근에 문을 연 카페 「콘서트」는 콘서트 극장 못지 않은 음향 시설이 자랑. 94년 강인원, 권인하와 함께 「느티나무 언덕」이란 그룹으로 활동했던 조성곤(예명 조은)씨가 운영을 맡고 있다. 사월과오월, 강인원 등 포크 가수들과 민해경이 출연한다. 민해경은 포크가수는 아니지만 손님을 끄는 데는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다.

■미사리의 법칙

미사리 일대에는 카페만 80여개가 넘는다. 라이브를 하는 곳은 30여곳. 경쟁이 심한 만큼 「규칙」도 있다. 유명세가 있는 가수들은 두개 이상 업소에 중복 출연하지 못한다. 출연료는 하루 한 번 공연에 2만원부터 30만~40만원까지 천차만별.

또 그린벨트 지역이라 한 개 층 30평, 부속건물을 포함한 총면적이 80평을 넘을 수 없다. 때문에 1, 2층 각 30평의 규모에 20평 짜리 부속건물을 한 채씩 지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1층은 카페, 2층은 라이브 카페로 운영하는데 1, 2층의 음식값이 차이가 있는 곳도 있다. 음식값에 공연관람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보통 커피 한 잔에 8,000~1만원, 맥주 한 병이나 칵테일이 1만원 내외, 풀코스 정식이 4만~5만원, 과일·튀김 등 안주류가 3만~4만원선.

■ 누가 미사리를 살리나

낮시간에는 90%가 주부들이다. 모임의 2차로 오는 경우도 많으며, 좋아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경우가 더 많다. 밤 시간에는 30, 40대 부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이제는 대전, 춘천 등 2~3시간 거리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더 많은 날이 있다고 한다.

TV를 켜면 알아 들을 수 없는 랩과 힙합 노래, 아니면 현란한 젊은 댄스가수들만 나오고, 그렇다고 클래식을 즐기기에는 정신적 여유가 없는 이들. 거기에 마이카족이 늘어나면서 환경 좋은 라이브 카페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2시간 내외 즐기다 돌아가는데 9시간까지 앉아 있어 주인의 속을 태우는 손님들도 있다. 미사리에서 흔한 풍경은 손님들의 합석. 예약을 하고 오더라도 자리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도 자연스레 합석하는 게 이곳의 분위기.

■ 라이브 포크 카페가 확산되지만

미사리 일대의 라이브 카페촌이 성공하자 일산·분당 등 신도시, 대부도와 연결돼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안산·시화 지역, 양수리와 양평 일대 등으로 카페들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다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명 가수의 이름을 걸어놓았지만, 실제로는 일주일에 한 번 공연하거나 포크와는 관계없는 인기 연예인의 출연을 「미끼」로 삼는 경우도 있다. 「무늬만」 라이브 카페로 수준낮은 음향시설에 라이브를 형식적으로 하는 카페도 눈에 띈다. 화려한 외양을 가꾸기 위해 자연을 훼손해 지자체와 마찰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환경과 문화 두 가지를 다 살리는 카페촌 정책을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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