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8일 문화부는 새로 출범하는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10명을 위촉하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계 화합과 발전을 위해 각계 추천과 전문성을 고려해 뽑았다』고. 그리고는 호선의 형식을 빌려 미리 내정한 신세길씨를 위원장, 문성근씨를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영화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기대가 된다』와 『전문성이 없다. 미래지향적이지도 못하다』로.노장파를 대표하는 김지미 영화인협회 이사장과 윤일봉 전 영화진흥공사 사장이 즉각 위원 수락 사실을 부인하며 참여를 거부했다. 문화부는 두 사람이 분명히 위원직을 수락했었다고 반박했다. 이틀 뒤 두 사람은 기자회견을 열어 위원장단 선출의 부당성을 성토하고, 영진위 반대 투쟁을 선언하며 밖으로 뛰쳐 나갔다. 이렇게 출발부터 덜컹거린 영진위는 한국영화발전을 위한 정책수립조차 못한 채 석달을 보냈다.
보다못한 문화부가 낸 처방은 「처음부터 다시」였다. 노장파의 불만대상인 신세길 위원장을 사퇴시키고 대신 새로운 인물을 임명하는 것. 이는 김지미, 윤일봉씨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조건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그 결과 31일 김종국 전 공륜부위원장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그러자 1일 김, 윤씨도 문화부의 위원 위촉을 수락한다고 말했다. 때맞춰 문성근씨까지 부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새로 위원장, 부위원장을 뽑는 일.
누가 봐도 나눠먹기 식이요, 흥정의 산물이다. 영화계 신·구 인사들의 이전투구가 이렇게 끝났다. 문화부는 앞장 선 셈이 됐다. 한국영화의 미래를 짊어진다는 영진위의 시작이 이러니 한국 영화계의 앞날이 과연 밝을지.
이대현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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