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대홍수, 대규모의 산불과 같은 천재지변의 발생확률은 과연 측정가능한 것일까. 뉴튼 물리학이래 지금까지의 정통학설에 의하면 답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이에 배치되는 새로운 이론이 제시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이 이론은 종전까지 정통학계에서 인정하지않아온 「혼돈 이론」(chaos theory)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미 코넬대 지질학과의 도날드 터코트 교수 등 미국 영국 프랑스 과학자들이 발견한 새로운 이론은 한마디로 천재지변이나 비행기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의 발생빈도가 사실은 측정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들이 발견한 새로운 수학적 곡선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 대형 사고의 발생빈도는 기존의 이론에서 예측하고 있는 것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나아가 발생빈도가 워낙 적어 불규칙적(random)으로만 발생한다고 알려졌던 천재지변 등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터코트 교수는 『미국에서 발생한 홍수의 발생빈도 연구에 근거해 이 새로운 곡선을 발견했다』며 『최악의 홍수피해는 기존 확률이론의 「종형(鐘形) 곡선」에 기초한 발생빈도보다 자주 나타났다』고 말했다. 표준편차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종형 곡선은 발생빈도가 아주 높거나, 아주 낮은 부분은 사실상 측정불가능한 범주에 넣고 있다. 학계에서는 새 이론이 「혼돈이론」을 한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은 결코 주사위 놀이를 하지않는다』는 말과 함께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의 예측가능성을 증명하고자 양자역학에 몰두했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생각이 실증의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스티브 브람웰 박사는 『새로운 곡선과 카오스 이론의 상관성은 매우 높다』며 『이 이론이 정설로 자리잡게 된다면 기상학 등 지구과학과 환경과학, 생태학 분야뿐만 아니라 보험업계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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