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점들 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대형 백화점이나 할인점들의 입점업체에 대한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입점업체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어 건전한 유통질서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최근 여성의류제조업체인 K사는 A백화점으로부터 매장을 이동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초 에스컬레이터 근처 황금지역에 자리잡고 있던 이 업체가 새로 지정받은 장소는 매출의 사각지대다. 8월 중순 이 백화점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백화점에 입점한 것이 A백화점의 비위를 건드린 것이다. K사측은 『외진 곳으로 옮기면 매출이 20%이상 줄어들 뿐 아니라 새로 꾸미는데도 2,000만원을 더 써야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K사외에도 J사, D사 등 2층과 3층의 4~5개 의류업체도 비슷한 이유로 매장을 이동해야 했고 일부 업체는 아예 쫓겨날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의 횡포 앞에서는 계약서도 무의미하다. 의류업체인 S사는 매출부진을 이유로 B백화점에서 퇴점당했다. 올 3월께 입주하면서 1년간 입점계약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내년초 개점할 예정인 이 백화점의 분점에 입주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매장을 철수했다.
지난해 말부터 가열되기 시작한 경품 및 사은품 행사에도 입점업체에 「몫」이 배당된다. 행사규모에 따라 업체들은 30만~500만원까지의 협찬금을 강요당하며 마진의 일정부분을 희생해 행사에 참여한다.
IMF이후 힘을 얻은 할인점들의 횡포도 백화점 못지않다. 입점업체들에 추가비용을 들여 판매요원을 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턱도 없는 가격에 물건을 납품할 것을 강요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또 할인점간에 가격경쟁이 심해지면서 입점업체들은 터무니 없는 가격에 물건을 납품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다보니 업체들은 정량미달이거나 유통기한을 넘긴 불량품들을 공급하기도 한다. 부산경찰청 수사과는 최근 정량 미달 식료품을 판매해온 6개 대형 할인점에 대해 수사중이다.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백화점과 할인점들이 아무리 가격파괴, 바겐세일행사를 벌이더라도 기형적인 유통질서에선 소비자들은 여전히 거품이 든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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