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김포공항 국제선2청사 입국장에서 「한중 관광우호의 달」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 환영행사가 성대하게 벌어졌다. 지난해 5월 한국이 중국인 해외여행 자유화 국가로 지정된 이후 중국인 유치를 진흥하기 위한 행사였다.하지만 이 행사를 바라보는 중국동포 박기호(41)씨의 심정은 남다르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대다수의 동포들이 그렇듯이 박씨는 92년 친·인척방문 명목으로 관광비자를 받아 입국했고 얼마 지나지않아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그는 이후 10여개의 회사를 전전하며 막노동을 해왔다.
하지만 8년 가까이 힘겹게 일해온 박씨와 동료 5명은 자신들의 신분을 악용한 업주들의 횡포로 8,000여만원의 임금을 받지못했다. 또 3월 불법체류자로 서울 휘경동보호소에 들어갔던 박씨는 보호해제를 위해 보증을 서주겠다던 내국인에게 사기를 당해 2,000여만원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내국인에 준하는 권리가 없는 박씨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박씨는 8월12일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다시 한번 허탈감을 맛봐야했다. 입안취지와는 달리 법안 심의과정에서 중국의 조선족동포들이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조선족 교포들이 못산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권리를 줄 수 없다니요』
재외동포법안이 통과되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서울조선족교회 등 61개 시민단체들은 법률개정을 촉구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박씨도 중국노동자센터(소장 오천근·40)가 김대중 대통령과 중국의 장쩌민 주석에게 보내는 공개탄원서에 서명했다. 탄원서의 요지는 『당장 야기될 경제적 문제때문에 300만에 달하는 동포를 외면한다면 통일은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공항에서 반갑게 맞이해주는 중국인 관광객의 반만큼이라도 우리들을 대해준다면 모국에 대한 섭섭함은 덜할겁니다』라는 박씨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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