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협정 이행 합의 초읽기1948년 이스라엘 건국이후 피의 역사를 반복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영구 평화의 길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은 1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철수 일정과 팔레스타인 지위협정 등 핵심 쟁점을 대부분 타결지음으로써 한동안 질척이던 평화 과정이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이번 협상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중재아래 타결된 와이리버협정 이행안을 마련한다는 절차상의 의미외에도 79년 캠프데이비드협정이후 20년동안 진퇴를 거듭해온 평화협상을 총결산한다는 상징성도 함께 갖고있어 중동 평화정착에 새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협상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총리가 집권한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던 이스라엘의 대 아랍국 관계개선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미국으로서도 팔레스타인문제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시리아 등 다른 아랍국들과의 관계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부터 마라톤회담을 진행한 길리드 셰어 이스라엘 특사와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측 대표는 1일 밤늦게까지 마지막 쟁점인 팔레스타인 죄수 추가석방 범위문제를 집중 논의,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기로 합의했다.
또 양측 대표는 요르단강 서안지역에서의 팔레스타인 자치구역확대(서안내 40%, 가자지구 60%) 및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팔레스타인 헌법내 이스라엘 적대조항 삭제등 와이리버협정의 성실한 이행을 재확인했다. 96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출범이후 이스라엘내에서 반대의견이 많았던 팔레스타인의 최종지위문제도 이번 협상을 통해 그동안의 앙금을 털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유엔이나 미국등 제3자 중재 없이 협상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직접 협상을 벌인 탓에 이번 협상이 어느정도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NA)수반 두사람 다 협상내용에 불만을 제기하는 자국내 반대세력의 정치 공세를 무마해야 하는 버거운 부담을 안고 있다.
역사적·지형적 특수성으로 인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양국문제인 동시에 다자간 문제라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중동평화정착은 미국과 영국등 서방세력과 이집트, 시리아등 아랍세력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한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갖고있다.
결국 이번 협상이 중동평화정착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향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의 성실한 협정이행과 더불어 미국과 주변 아랍국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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