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예퇴직 법관이 변호사 수임료 등으로 벌어들인 재산의 3분의 1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내용으로 미리 작성한 유언을 공개, 법조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수원지법 민사6부 정해남(鄭海南·46·사시21회·사진)부장판사는 1일 퇴임의 변을 담은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려 『뇌사판정이 날 경우 장기를 기증하고, 육신을 화장하며 남은 재산의 3분의 1이상을 이웃사랑과 환경보호에 써 달라』는 내용의 유언을 공개했다. 정 부장판사의 글에는 그동안 사법부에 쏟았던 각별한 애정과 법관으로서 자기 반성도 드러나 있다.
정 부장판사는 『「바람부는 광야」라는 변호사의 길을 가기에 앞서 법관시절 간직했던 순수한 양심을 지키고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결심과 실천을 확고히 다지는 뜻에서 이같은 유언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법관으로 봉직한 15년동안 매달 사건을 수백건씩 정신없이 처리하다 보니 소송관계인의 애타는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 늘 죄를 짓는 것 같았다』며 『속죄하고 보은하는 심정으로 여생을 이 사회의 약자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재산축적에 연연하지 않고 인생을 좀 더 보람되게 살기 위해 이같은 결심을 굳히고 아내와도 서로 뜻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충남 금산출신으로 84년 광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관생활을 시작한 뒤 인천지법, 서울지법 판사와 광주·수원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1일자로 퇴임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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