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는 잠비, 가을비는 떡비」라는 옛말이 있다. 추수 때 비가 오면 밖에 나가 일을 할 수도 없고 곡식은 넉넉하니 집안에서 떡이나 해먹고 지낸다는 뜻이다. 「밥 먹는 배 다르고 떡 먹는 배 다르다」고 할만큼 떡을 즐긴 우리 선조들의 풍류가 느껴진다. 예나 지금이나 가을, 특히 추석이 다가오면 입맛을 당기는 별식이 바로 떡이다.그렇다고 송편과 시루떡 정도만 떠올리고 있다면 이제 고정관념을 탈피해보자. 현란한 서양음식들에 밀려 잔치 때나 구경하는 음식으로 홀대받고 있긴 하지만 선조들이 즐기던 떡과 한과에는 요즘 입맛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세련미가 있고 깊이가 있다. 그 종류도 지방별로 계절별로 무척이나 다양하다. 거기에 만드는 이의 상상력까지 보태진다면 어떤 서양음식 못지 않게 화려하고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 시루나 체, 절구가 아닌 현대식 도구를 사용하여 집에서도 쉽게 적은 양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다면 얼마든지 우리의 일상음식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전통 떡과 한과의 대중화를 위해 6일 개원하는 「전통병과(餠菓)교육원」(원장 한복려·02-3673-4344∼5)의 박영미주임강사는 『서양 빵과 과자는 혀끝을 자극하는 화려한 맛 때문에 쉽게 끌렸다가 쉽게 물리지만 인공색소를 넣지 않고 단맛도 강하지 않은 우리 병과는 먹으면 먹을 수록 깊은 맛이 느껴진다』며 『서양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자연스레 우리 전통음식에 익숙해지도록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박강사의 도움말로 품위있고 운치 넘치는 우리 전통병과 만드는 법을 배워보자. 어느 절기보다 행사가 많은 가을, 정성들여 만든 우리 떡과 한과로 손님상을 차리거나 가까운 친지에게 선물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호박편 멥쌀 4컵, 소금 1큰술, 설탕 10큰술, 단호박 300g, 녹두고물 5컵, 소급 1/2큰술, 호박씨·잣 약간/멥쌀을 하룻밤 불린후 건져 물기를 뺀 후 소금간을 해놓는다→단호박은 껍질을 벗겨 작게 조각을 낸 뒤 쌀가루에 섞어 함께 가루로 빻아 체에 내린후 설탕을 섞는다→녹두는 5시간 가량 불린 뒤 손으로 비벼 껍질을 벗겨 김이 오른 찜통에 넣고 쪄내 체에 내린다→찜기에 한지나 젖은 베보자기를 깔고 녹두고물을 뿌린 다음 떡가루를 안치고 다시 녹두고물을 뿌려 찜통에서 20분간 찐다. 떡이 익으면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완성된 떡에 호박씨와 잣을 올린다.
■팥소인절미 인절미 400g, 콩가루(카스테라 가루) 2컵, 소금 1작은술, 팥앙금 30g, 완두앙금 30g/네모난 그릇에 랩을 깔고 기름칠을 한 뒤 인절미 덩어리를 0.5㎝ 두께로 편편하게 고루 편다→양끝 3㎝정도는 남겨놓고 반으로 나눠 팥앙금과 완두앙금을 고루 펴 바르고 양끝부터 돌돌말아 가운데서 만나게 한다→동그랗게 만 인절미에 콩가루를 고루 묻혀 랩으로 싼 다음 약간 굳으면 1㎝두께로 썰어 담아낸다.
■개성주악 찹쌀가루 10컵, 소금 1큰술, 밀가루 1컵, 막걸리 1컵, 설탕 1컵, 조청 5컵, 물 1/2컵, 생강 20g, 대추 3개, 식용유/찹쌀가루와 밀가루, 설탕을 섞어 체에 내린다→막걸리를 중탕해 가루에 섞고 반죽을 해서 한참 치댄다→반죽을 동그랗게 빚어 가운데를 손으로 눌러 모양을 만든 다음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튀겨낸다→튀겨낸 주악을 조청(생강편과 물을 섞어 끓인)에 넣어 단맛을 입힌 뒤 대추조각을 중앙에 박아 모양을 낸다.
■율란 밤20개, 물1컵반, 꿀3큰술, 잣가루 1작은술, 계피가루약간/삶은 밤을 으깨 보슬보슬한 고물을 만들어놓는다→밤고물에 꿀과 계피가루를 고루 섞어 덩어리로 뭉친다→반죽한 밤을 밤톨처럼 빚어 한쪽끝에 잣가루를 묻힌다.
(대추를 재료로 하는 조란, 생강으로 만드는 생란도 조리법이 비슷하다)
■오미자편 오미자 4큰술, 물2컵, 녹두녹말 4큰술, 설탕 100g, 꿀 2큰술/오미자는 붉은 것으로 골라 물에 헹구어 체어 건져서 물을 붓고 하룻밤을 우려 맑은 오미자국을 모은다→녹말에 오미자국을 조금씩 붓고 고루 풀어서 냄비에 쏟은 뒤 설탕을 넣고 저으면서 끓인다→농도가 되직해지면 꿀을 넣고 잠시 더 끓인 다음 네모진 그릇에 쏟아 부어 굳힌다→1㎝두께로 네모지게 썰어서 생밤썬 것위에 올려 먹는다.(오미자대신 감이나 귤, 키위를 활용해도 좋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