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권위의 명인전이 이번 도전기를 통해 서른번째 「명인」을 맞게 된다. 사람으로 치면 인생관을 세운다는 「이립(而立)」의 나이다.지난 30년간 「명인」칭호를 받은 기사는 68년 초대 명인으로 등극한 「한국바둑의 대부」 조남철9단을 비롯, 김인·조훈현·서봉수·이창호9단 등 5명이 전부. 30년의 짧지 않은 성상에 비한다면 명인의 관문이 얼마나 좁고 힘든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명인전 30년사는 곧 한국 바둑의 산 역사이기도 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기라성같은 고수들이 모두 명인전을 통해 배출됐고, 해마다 한국 바둑사를 새로 쓸만한 화제와 사건들이 명인전에서 쏟아져나왔다.
단판으로 열린 초대 명인결정전에서 한국 현대 바둑 1세대인 조남철(당시8단)과 41연승을 달리며 7개의 국내 타이틀을 모두 석권하고 있던 2세대 김인(당시7단)과의 대국은 아직도 바둑계의 신화로 남아 있다. 조9단은 10시간의 사투 끝에 예상을 뒤엎고 불계승으로 타이틀을 획득, 1세대의 건재를 과시했다. 1회 우승상금은 30만원(현재 4,000만원)이었다.
71년 제4기 대회는 약관 18세였던 서봉수(당시 2단)의 등장과 함께 1, 2세대의 퇴장을 알리는 신호탄. 당시 최연소·최저단의 기록으로 우승, 기계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키며 명인에 오른 서9단은 이후 76년까지 5연패를 비롯해 명인전에서만 모두 7번 우승, 「영원한 명인」이라는 칭호를 얻게됐다. 73년부터는 일본에서 귀국한 조훈현이 가세, 서봉수9단과 국내 기계의 양대산맥을 형성하는 「조·서시대」가 개막된다. 서9단마저 제치고 80년대를 혼자 주름잡았던 조훈현은 모두 11번 명인 타이틀을 쟁취, 최다우승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90년대 들어서는 이창호가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91년 8연패에 도전하던 조훈현을 꺾고 명인에 오른 그는 역대 명인들이 한국 바둑계를 휩쓸었듯 명인 등극과 함께 각종 기전을 싹쓸이하면서 1인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명인의 등장이후 양재호 유창혁 임선근 최명훈 등 매년 새로운 얼굴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아직까지 단 한번도 그의 두터운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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