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PAN 99의 유일한 경쟁부문인 「영 포커스」는 한국과 일본영화의 미래를 점치는 자리. 코팬 그랑프리(상금 700만원), 특별상(300만원) 등 모두 6개 부문에 시상을 한다.사전공모를 통해 양국 중고생, 대학생들이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42편이 본선에 올라있다. 아마추어라고 결코 깔볼 수 없는 작품들이다. 신선한 발상에 프로를 능가할만큼 깔끔하고 수준도 높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시우(일본대학 영화학과 졸업)씨는 『휴머니즘이란 공통주제를 다루면서도 우리는 진지하고 일본은 심각하지 않으면서 할 얘기는 다하는, 뚜렷한 색깔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출품한 21편 중 12편은 일본영화학교, 오사카예술대, 일본대 학생들의 작품. 그중 가장 주목을 끄는 작품은 「유메지 인형」(감독 야마자키 타츠지). 5월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본선경쟁에 올랐던 16㎜ 흑백필름이다. 대학생 졸업작품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1920년대 일본을 고풍스런 가옥과 의상, 세트로 정교하게 연출했다.
자신을 닮은 인형제작에 열을 올리는 중년 예술가 유메지의 회상 형식. 제자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고, 그로 인한 절망감으로 여성편력에 빠져드는 유메지. 무엇이 자기 생각이고, 무엇이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일까. 영화는 마지막까지 자기 인형을 버리지 못하는 유메지를 통해 자기연민과 동정에 가득찬 나약한 현대인의 정체성을 묻는다.
재일교포 3세 마츠에 테츠아키의 지난해 일본영화학교 졸업작품으로 재일교포의 정체성 문제를 참신한 구성으로 연출한 다큐멘터리 「안녕, 김치」(16㎜, 컬러)도 수상 후보작이다.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처럼 살아가려 했고, 그러면서 딸들이 일본인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했던 할아버지의 삶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는다. 자연스런 인터뷰, 감성적 내러티브가 인상적이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비디오, 컬러)은 테즈카야마 고교 영상부 학생들이 매년 한편씩 만드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하나. 2차대전후 중국에 잔류했던 일본인의 2세(학생)들이 국내에 들어와 차별대우를 받는 모습을 담았다. 전쟁으로 졸업장을 받지 못한 71명의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 나서는 여학생들의 기록인 「53년째의 봄, 오카야마현 슈지츠고등여학교」(비디오, 컬러)도 예사롭지 않다.
이에 맞서는 우리 작품으로는 중앙대 영화과 박민정의 「죄」와 상명대 영화과 전일의 「굳어버린 근육」이 꼽힌다. 「죄」(16㎜, 컬러)는 우화적이다. 여성흡연을 법으로 금지한 사회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과 그들을 찾아 처벌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굳어버린 근육」(16㎜, 컬러)은 경기에서 져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는 무명복서의 이야기다. 정상인이 휠체어를 타고 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장애인들에게 지옥인가를 체험하는 서울여고 김선의 다큐멘터리 비디오 「너와 함께 도시탐험을 떠나고 싶다」도 인상적이다.
「영 포커스」 출품작 42편은 「포커스 1~8」이란 프로그램으로 나눠 영화제 기간 동안 한번씩 상영된다. 티켓예매: (02)538_3200(티켓파크), 인터넷 www.ticketpark.com, 천리안 go ticketpark, 상영관 현장.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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