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가 하라는 대로 하겠소. 내 임기가 줄어든다 해도 감수할 겁니다』내각제 문제가 연내개헌 유보로 정리되는 과정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종필(金鍾泌)총리에게 던진 카드는 「약속의 존중」이었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최근 『김대통령이 내각제를 안하려 했고 이에 김총리가 끌려왔다는 항간의 추측은 차원 낮은 얘기』라며 베일에 싸인 DJP 대화의 일부를 털어놓았다. 그는 『김대통령은 김총리에게 내각제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거나 설득한 바 없고 오히려 김총리에게 결정권을 주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김대통령이 내각제 약속을 지키는 길은 국민투표와 「JP 뜻대로」라는 두 가지가 있었다』면서 『김대통령은 국민투표 방안을 하책(下策)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내각제개헌 국민투표는 대통령제를 더 선호하는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통과되기가 어려운 절차였다. 김대통령은 통과가 어려운 국민투표 방안을 김총리에게 제의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 감고 아웅하는 격」이자, 「불신의 카드」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인사의 말에 따르면, 김대통령은 김총리의 뜻을 따르겠다는 최상의 「신뢰 카드」를 제시했다. 김총리는 김대통령의 「신뢰 카드」를 받아들고 몇날 며칠 고민하다가 연내 내각제 개헌 추진이 가져올 국력소모, 내각제 개헌을 이룰 뚜렷한 묘안이 없는 현실 등을 고려해 유보를 택했다는 것이다. 김총리는 내각제 개헌 유보를 택할 경우 돌아올 부담을 잘 알면서도 김대통령에게 신뢰로 답했다고 볼 수 있다. 내각제 유보의 전말을 전한 이 인사는 『외부에서 아는 것 이상으로 DJP 사이의 신뢰는 공고했다』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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