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법원이 대생 손 들어준 이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법원이 대생 손 들어준 이유

입력
1999.09.01 00:00
0 0

서울 행정법원은 대한생명의 주식소각등 금융감독위원회의 대한생명 정상화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한생명 처리 뿐만 아니라 부실 금융기관 및 기업에 대한 정리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당초 대한생명의 주식을 모두 무상 소각하고 공적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 시킨 후 매각한다는 방침이었다.법원은 대한생명에 대한 부실 금융기관 결정은 인정하지만, 대한생명에 대한 자본금 감소명령과 임원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처분등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감자명령등 행정처분을 하려면 쌍방의 의견을 듣고 고시해야 하는데도 이같은 절차를 무시해서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금융개혁법 상의 행정처분에는 사전통지 내지 의견제출의 기회부여와 같은 행정절차법의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금감위의 주장은 헌법이나 법률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 대한생명에 대한 처리과정을 꼼꼼히 되돌아 보아야 한다. 금감위는 지난 6일 대한생명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14일까지 전액 감자를 명령했지만, 법원은 대한생명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감자명령 유보 결정을 내렸다. 또 신주를 발행해 파나콤사에 전액 배정키로 결의한 대한생명에 대해 금감위는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28일 기각했다.

금융 구조조정, 특히 부실 금융사 정리는 국민들과의 합의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태로까지 오게 된 것은 정부의 정책 및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정부가 국민적 합의사항이라는 점을 내세워 스스로의 잣대로 재단(裁斷)해 왔던 것이 법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개혁대상은 그 뿌리가 깊은 만큼 이를 캐내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나, IMF체제 진입후 정부는 너무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 개혁이 아무리 국민적 합의사항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법과 제도와 합의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개혁 저항세력에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이지 정부주도와 시장경제는 아니다.

실체적 적법성과 절차적 적법성은 법치주의의 두 기둥으로 행정행위에 있어 법이 규정한 절차를 지켜야만 비로소 법의 지배를 통한 정의가 실현될 수 있으며, 목적과 능률에 치중한 나머지 절차를 경시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또 이번 판결은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정부는 걸핏하면 공적 자금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하고 있으나, 공적 자금이란 곧 국민의 세금이어서 공적 자금 투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