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취업전선은 부익부 빈익빈」 경기회복과 함께 확대되는 취업기회가 명문대와 정보통신등 특정전공 출신자에만 치우치면서 대학별 전공별 취업불평등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일단 들어가고 보자」며 눈을 낮춰 취업했던 상당수 명문대출신 대졸자들이 재취업에 나서고 최근 1~2년간 도서관을 맴돌던 「상실세대」도 대거 가세하면서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올해 취업전선에서 두드러진 흐름은 명문대 유망학과 졸업생들의 「눈높이 취업」.
최근 24명이 후기 졸업을 한 서울대 경영학과의 경우 벤처기업을 포함해 20여군데 정도에서 구인추천을 의뢰해 왔다. 그러나 대학원 진학과 회계사시험을 준비하는 17명을 제외하고 실제로 취업을 원한 7명의 졸업생들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증권업계로 나섰다. 고려대 컴퓨터학과의 경우도 최근 한국증권전산㈜으로부터 취업의뢰를 받았으나 내년 2월 졸업예정자들까지 모두 취업이 된 상태여서 추천을 해주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또 지난해 인턴제 등으로 명문대 졸업생들을 채용했던 기업들은 최근 「눈높이 취업」을 위해 사표를 쓰는 신입사원들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30대 그룹에 드는 K그룹은 신입사원 30명중 10여명이, D그룹도 올초 정식직원이 된 신입사원중 30∼35%가 투신사나 증권사 등 금융권과 PCS업체 등 정보통신업체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대학이나 지방대 졸업생들은 늘어난 취업기회를 체감하기는 커녕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달에 50만원 내외를 받는 「인턴」자리도 없어서 아우성이다. 전남대 국문과의 경우 성적이 우수해 조기졸업한 7명을 포함해 13명이 후기졸업을 했는데 한명도 취업을 못해 아르바이트 등으로 전전하고 있다.
취업전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아예 창업쪽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많다.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기다리거나 하향지원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는 셈이다.
지방 국립 K대 철학과를 졸업한 김모(27)씨는 『기업들이 수시로 소수채용을 하고 있는데다 자리바꿈을 하려는 명문대생들까지 포함해 취업대기자들이 너무 많아 올 가을 대기업 공채를 포기한채 같은과 친구 3명과 PC방을 열기 위해 준비중이다』고 말했다.
취업정보전문업체인 ㈜리크루트사 이정주(李貞周·42·여)이사는 『IMF이후 대졸취업자들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더욱 심해져 대학 사회에 커다란 위화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성민기자
gaia@hk.co.kr
정녹용기자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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