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행정법원이 대한생명 최순영(崔淳永)회장측에 일부 승소를 안겨줬지만 대한생명은 정부의 당초 원안대로 국영화에 이은 제3자 매각으로 진로를 가닥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파나콤측이 500억원 증자대금 납입을 포기한데다 법원이 대한생명의 부실금융기관결정에 대해서는 「소 각하」를 통해 효력을 인정해줬기 때문이다.정부는 법원이 이날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자본금감소 명령 처분과 현 임원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처분 등을 취소시킨 만큼 다소 더디더라도 적법절차를 거쳐 국영화의 수순을 밟아나갈 방침이다. 법원이 「위법」이라고 낙인찍은 행정절차는 처분 문서의 수신인을 대표이사가 아닌 보험관리인으로 명기한 점, 사전통지 결여 및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등 크게 두 가지. 따라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있는 대한생명에 대한 주식소각 및 감자명령 등을 다시 내리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경영진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같은 절차가 완료되면 대한생명 주식을 모두 무상소각해 최 회장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2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경영인 선정, 부실계열사 정리 등을 거쳐 대한생명은 「클린 컴퍼니」로 변모하게 된다.
대한생명은 일단 「국영보험사 1호」로 출발하게 된 뒤 제3자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한생명의 부실이 크게 줄어들고 상장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금감위측은 『이날 파나콤측이 500억원 증자대금 납입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전해왔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최 회장측과 파나콤의 행보를 감안할 때 「돌출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파나콤측 인사로 구성된 현 경영진이 남아있고 감자명령도 취소된 상황에서 파나콤이 다시 입장을 틀어 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나서면 정부로서도 속수무책인 셈. 현 납입자본금 300억원을 포함해 수권자본금 800억원이 모두 채워지는 만큼 완전감자가 불가능해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파나콤측과 일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직원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난 파나콤측이 대한생명의 부실을 보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금감위측의 단언인 만큼 비록 정부가 이번 판결로 「흠집」을 안기는 했지만 대한생명의 국영화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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