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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환 시집 「풍속」] 50년대 고향의 삶 잔잔하게 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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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환 시집 「풍속」] 50년대 고향의 삶 잔잔하게 반추

입력
1999.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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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안수환(57)씨가 새 시집 「풍속」(동학사 발행)을 냈다. 시로 다룰만한 「시체(時體)」라면 「미풍양속(美風良俗)」 정도이거나, 각도를 조금 달리해 무슨 사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안 시인의 연작시 풍속은 험하고 고달프게, 때로는 기분 좋고 의연하게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얼핏 고은의 「만인보」를 떠올리게 하는 시들은 50년대에 그가 고향 천안과 그 인근에서 만난 사람들, 그 시절 그 동네의 살림살이를 추억하는 글들이다.「봉서산에 어둠이 몰려오면/ 봉서산 턱밑 상짓말 사람들은/ 그때서야 천천히 밭에서 일어난다// 저녁 불빛은 있으나마나/ 참나무와 단수수 땅속 두더지 그놈까지 합쳐/ 상짓말에는 장님이 없었으니// 이름 부르면/ 초승달이 먼저 대답하고/ 그 다음엔 밤배불// 구차하게 대답은 무슨/ 문지방에 앉아서 건들바람하고 그저 노닥노닥」(「풍속 88」 전문)

신학과 문학을 함께 공부한 시인은 관념이 높고, 준엄한 목소리를 지닌 시를 주로 써왔다. 하지만 이번 시집에 흐르는 소리는 잔잔하고, 생각은 은근하다. 시가 더없이 쉽게, 그야말로 술술 읽히면서 시골 고향을 떠나온 뭇 도시인들의 가슴을 저미며 파고 든다.

시인은 「어제보다 오늘/ 우리가 무엇을 알았다고 하겠느냐」고 말한다. 옛날이 아름답기만 할뿐인가. 복고(復古)라고 나무란다면? 『50년 대 후반으로 건너가 내 고향 사람들, 천연과 더불어 행복하게 노닐었다』. 몸 속에 흐르는 고향을 시로 그려내면서 시인은 『행복했다』고 말했다. 과연 그것이 자기 위안만은 아닌 줄 시를 읽으며 느낀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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