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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우리문화] "조선의 개화는 '슬픈강간'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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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우리문화] "조선의 개화는 '슬픈강간' 이었다 "

입력
1999.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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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佛등 해양세력 우리문화 강탈, 독자성 잃어버려..."발품 팔고 돌아다니는 학자 중에 주강현(朱剛玄·44·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씨가 있다. 96년 낸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1·2)는 25만권이 팔려 나갔고, 「마을로 간 미륵」 「조기에 관한 명상」등 15권의 저서로 그는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몇 안되는 민속학자로 꼽혀왔다. 그는 이제 「문화 권력자」라는 반은 찬사, 반은 경계의 말을 들을 만큼 이 분야에서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8월 보름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라이언주를 다녀왔다. 『그곳에서는 개고기를 「개자이」라고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즐깁니다. 우즈베키스탄은 물론 러시아인, 고려인 모두 개고기를 즐겨 먹지요. 한국에서만 개고기 논쟁이 일고 있는 셈인데, 이런 논쟁은 바로 「제국주의적」 논쟁이지요』

「21세기 우리문화」(한겨레신문사 펴냄)는 그간 현장 보고서를 내온 주강현의 근대 조선 이후 문화 담론서이다. 그는 시베리아를 등뼈로 한 우리 문화의 발원부터 시작해 미국 프랑스 등 배를 타고 온 「해양세력」에 강탈당한 우리 문화의 슬픈 서구화 경험 등을 「공격적」 문체로 다루고 있다.

그는 문명개화, 동도서기론의 담론이 결국은 문화 독자성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았고, 「조선의 기독교」가 아닌 「기독교의 조선」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조선은 말하자면 블라디보스토크나 나가사키(長崎) 사이에서 함부로 차이는 축구공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1896년 인도총독을 지낸 영국의 사학자 조지 커슨이 「동아시아의 제문제」에서 지적한 조선의 모습을 주강현씨는 더 광범한 담론으로 풀어내고 있다. 「개화는 바로 강간이나 다름없었다」는 식의 공격적 어법으로.

그는 전세계적 「문화 파동」 안에서 우리 문화를 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근대 이전에는 문화가 점진적으로 확산, 전파되는 상황이었지만, 20세기로 들어와 동시다발적 문화현상이 일어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파동」이란 단어를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계화는 지금껏 판아메리카(Pan_America)의 논리였지만 바로 그안에 허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화가 진척될 수록 미국문화가 확산되지만 역으로 민족(Ethnic)상품이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치, 사물놀이 등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금만큼 풍부해진 시점은 일찌기 없었다. 그러나 그는 우리 문화 전파를 위해 몇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제국주의적 논리인 슈퍼 콤플렉스를 제거해야 하며, 우리 향토 문화에도 지적소유권개념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 유산은 몽고침입과 임진왜란, 6·25로 사실 거의 다 청소됐지요. 그렇다고 남아있는 석가탑이나 금동여래불상을 뮌헨에 팔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물놀이나 판소리는 수출할 수 있지요. 유형중심에서 무형으로 시각을 이전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문화는 한탕주의가 아니고 오랜 시간이 들어야 하므로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운동이 확산되고 생명사상이 자연스럽게 강화되면 그는 우리 문화의 자생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전통상품으로 한몫 벌어보려는 전통문화상업주의는 그런 과정의 작은 부작용일 뿐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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