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축구가 1,000일 남았다고 신문·방송이 준비상황을 공동개최국인 일본과 비교하느라 부산하다. 아직 시간이 남아서일까. 축구장 공정이 몇%라는 것이 관심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월드컵 축구를 88올림픽경기 개최했던 기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88올림픽은 「우리도 선진국처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국민이 한마음이 되었던 밀어붙이기의 산물(産物)이었다. 보여주기 위한 하드웨어 데모였다.■2002년 월드컵축구는 달라야 한다. 「성공적 개최」의 칭송을 듣는 것만으론 허전하다. 거둬들이는 이벤트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세상이 달라지고 스포츠의 본질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스포츠는 영상매체를 업고 거대한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로 변했다. 올림픽의 아마추어리즘도 빛이 바랜지 오래다. 거의 모든 스포츠가 엄청난 비즈니스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 정상에 월드컵이 서 있다.
■월드컵을 개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움직임만 봐도 확연해진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이나 최대 수입원은 방송중계료다. 그런데 올림픽에서는 그 수입이 개최국 조직위원회의 몫으로 돌아가나 월드컵은 FIFA의 몫이다. 월드컵시장이 커지자 FIFA는 2002년부터 중계료를 파격적으로 늘리는 작전을 펴고 있다. 우리는 이런 월드컵을 일본과의 경쟁차원에서만 보고 있다. 그리고 월드컵까지 치른 나라, 또는 일본과 동등한 스포츠 강국이라는데 우쭐하고 말지 모른다.
■그러나 월드컵을 활용하는 「포스트IMF」 사고방식은 달라야 한다. 21세기는 스포츠 비즈니스가 국민소득, 고용, 국제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폭발할 것이다. 월드컵이 치밀한 비즈니스 전략으로 준비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더욱이 월드컵은 지방 8개도시에서 열린다. 서울 울타리를 못벗어난 지방도시들이 국제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지역으로 거듭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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