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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희망의 누두-멋진 사진...즐거운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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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희망의 누두-멋진 사진...즐거운 책읽기

입력
1999.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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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누드(신현림 지음·열림원 발행)사진도 예술일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이제 좀 진부하다. 사진은 야금야금 보수적인 미술관의 한 귀퉁이를 점거해 자신도 예술임을 조심스럽게 천명하고 있다. 그러기까지 사진작가들은 세간의 멸시와 비아냥을 귓등으로 흘리며 에베레스트에 올랐고 스페인 내전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전했다.

이들이 20세기 다른 어떤 장르의 예술가들보다 치열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은 사진의 본원적 특성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는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점이 바로 그 사진을 찍은 사진가의 시점임을 안다. 그러므로 사진가는 언제나 현장에,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에 있어야 한다. 이 현장성이야말로 피나는 예술혼의 알리바이가 되어왔지만 역으로 사진을 단순한 기록매체로 폄하시키기도 했다.

그리하여 사진은 자신의 이복 아비, 회화를 닮아가고 있다. 사진가들은 현장을 떠나 스튜디오로 스며들고, 사진에는 회화적 변형이 가해졌다. 기록에서 예술로! 20세기 사진사를 거칠게나마 요약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신현림의 이번 사진집은 사진을 질료로 꾸몄다. 그녀는 깊은 바다에서만 살아간다는 심해어의 눈길로 20세기를 풍미한 일급 사진가들의 사진을 살펴본다. 심해어의 눈이란 그렇지 않은가. 극소량의 빛만으로도 먹이와 적을 구별하고 사랑의 대상을 고른다. 그들은 멀리 보지 않지만 온몸으로 광원을 감지하고 그것에 부딪혀 간다. 그것은 동시에 카메라의 본질이면서 또한 시인의 운명이다. 극소량의 빛이 은판에 부딪혀 형상화한 순간의 영원. 그렇게 포착된 찰나를 시인 신현림이 저 스스로 또 하나의 카메라가 되어 잡아냈다. 이래저래 멋진 사진, 즐거운 책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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