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육체적·정신적 학대를 겪는 아동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없다.본지가 30일 입수한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아동학대 실태 보고서」는 우리의 참담한 아동복지 현 주소다.
올들어 7월말 현재까지 협회에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는 총 411건. 지난 한해 194건에 비해 벌써 2배 이상 늘었고, 97년 한해 91건보다는 무려 4배 이상이다. 기간을 감안하면 신고 빈도는 98년의 4배, 97년의 8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협회에 신고되지 않은 것은 제외돼 있어 실제 아동학대 사례는 훨씬 심각할 것으로 보여진다.
아동학대의 「주범」은 아버지로 전체의 47%(193건)로 19%(78건)인 어머니까지 합치면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전체의 66%(271건)나 됐다. 피학대 아동은 남아(56%, 230건)가 여아(44%, 181건)보다 다소 높았고, 피해아동 연령은 6~10세가 47%(193건)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들의 고의성도 심각하다. 유형으로는 신체적 학대가 57%로 가장 많았지만, 정서적 학대, 방임, 성학대 등도 늘고 있어 일시적 학대가 아닌 의도가 엿보이는 습관적 학대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문희(徐文姬)책임연구원은 『IMF사태에 따른 대량 실직과 부부관계의 몰락으로 인한 가정해체와 스트레스가 아동학대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이광문(李光文)사무국장은 『아동학대 방치는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지름길』이라며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가해자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중인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돼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기본틀이 마련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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