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가 진통끝에 마침내 시판허가가 났지만 정부가 내건 조건을 보면 200만명에 달하는 발기부전 환자들이 진정 안심할 것 같지 않다.정부는 비아그라 시판허가는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를 전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성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의사와 약사간의 논쟁을 불식시켰다는 설명을 들으면 그런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 투성이다. 오히려 정부 조치는 의약 갈등을 억지로 봉합시킨 것이라는 의심도 든다.
문제의 출발은 의사의 진단서 제출이다. 소비자가 비아그라를 약국에서 살 때 약사에게 심혈관계(心血管系) 질환이 없다는 건강진단서 「원본」을 제출하라는 것이다. 오·남용을 막기위해 진단서가 있는 「진짜 발기부전 환자」만 구입하고 일반인들은 살 수 없도록 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은 아주 안이한 것이다. 건강진단서는 개인정보의 일종이다. 약을 사면서 병력(病歷) 등 사생활을 생면부지의 약사에게 넘기도록 한 것 자체가 난센스다. 비아그라를 시판 중인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는 규정이다. 사생활 침해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진단서를 떼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환자 부담을 가중 시킬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벌써부터 이 진단서를 「구매허가서」라고 비아냥대고 있다.
의사 진단서 없이도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기존 발기부전 치료제와의 구매 형평성 시비도 문제다. 부작용 책임을 전적으로 약사에게 떠넘긴 부분도 납득하기 힘들다. 비아그라는 출발했지만 갈 길은 험난하다. 지금이라도 당국은 환자들의 불편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김진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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