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실직이나 명예퇴직 등으로 밀물처럼 농촌으로 몰려들었던 귀농자들이 최근들어 격감하고「IMF 귀농자」들도 상당수 뿌리를 내리지 못한채 다시 농촌을 떠나고 있다.90년대 들어 한해에 300∼900가구에 머물렀던 귀농자는 경제 침체가 본격화한 96년부터 한해 2,000가구 이상으로 폭증했다. 도시생활을 정리한 돈으로 농촌에 터전을 마련, 안락한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나름의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퍼지면서 귀농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부는 영농교육과 영농자금 지원 등으로 귀농을 권장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빈농가나 정착금 지원 등으로 귀농자유치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로인해 IMF체제의 고통이 현실화한 지난해 귀농자는 6,409가구로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전국에서 3,217가구만이 귀농해 지난해 전체의 50% 수준에 그쳤다. 농림수산부는 『4∼6월에 귀농이 집중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 귀농자는 IMF이전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촌을 떠나 재U턴하는 귀농가구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97년부터 현재까지 2,626가구가 귀농을 했던 전남지역에선 그 사이 11%인 293가구가 도시로 떠났으며 경북지역에서도 1,144 귀농가구중 13%인 152가구가 농촌을 다시 떠났다. 귀농가구중 전출입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30%정도가 재U턴을 한 것으로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정부의 귀농정책을 포함한 총체적인 농촌지원정책의 부실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가 귀농자들을 위해 해주는 것은 2년거치, 3년 상환조건으로 가구당 최고 2,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영농창업자금과 형식적인 귀농교육프로그램뿐. 하지만 영농자금은 지원조건이 까다로워 대부분 귀농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교육프로그램도 이론에만 치우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귀농자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힘든 것은 농사경험 부족에다 중간상인들의 농간 등으로 수입이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빚만 늘어나는 처지에 놓인 점이다. 최근 귀농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78%가 귀농전보다 수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11월로 예정된 세계무역기구(WTO)협상에 따라 농산물시장 개방이 가속화하면 농촌의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불안한 미래도 이들의 재U턴을 부추기고 있다. 또 의료·교육·문화시설 부족과 힘든 농촌생활에 대한 회의, 도시경기 회복추세등도 이들의 도시복귀를 유혹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이병철(李炳哲)본부장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농가부채에다 농산물 개방 등으로 농촌이 피폐화한 마당에 「살아남을수 있으면 살아남으라」는 식으로 귀농자를 방치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도시로의 복귀는 가속화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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