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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열전] 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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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열전] 임성훈

입력
1999.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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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엔터테인먼트 이본씨가…』 윤해영이 말하는 다음 순간, 『엔터테인먼트는 아니고 만능 엔터테이너이지요, 이본씨?』 기막힌 순발력과 재치이다. 25일 오후 5시 MBC 「사랑의 스튜디오」 9월 5일분 녹화장. 임성훈(49)의 MC로서 진가는 이처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대표적인 전문 MC 임성훈. 74년 TBC 「가요 올림픽」 진행자로 나선 이래 현재 MBC 「사랑의 스튜디오」, SBS 「줌인 세상에 이런 일이」 에 이르기까지 25년동안 그는 한번도 방송을 쉰 적이 없다. 대중의 취향과 기호, 시청률에 따라 급변하는 방송가 환경에서 프리랜서 진행자에게는 극히 힘든 일.

방송사에는 「임성훈 시계」 가 있다. 방송 두시간 전에 정확히 나타나는 그를 두고 나온 말이다. MBC 직원들은 임성훈이 나타나면 아침 7시45분이라는 것을 안다. 매일(월~ 금) 오전 9시45분 그가 진행하는 생방송 「임성훈 이영자입니다」 때문이다. 이같은 부지런함이 바로 그가 MC로서 장수하는 비결. 『방송준비 시간이 짧아지면 그때가 바로 제가 방송을 그만두는 때』 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심지어 돌발상황까지 예상, 연습한다. 제스처도 몇번씩 미리 반복한다. 이처럼 방송준비가 철저해, 자연스럽고 편한 진행 스타일이 돋보인다. 그런 그를 두고 「사랑의 스튜디오」 이성호PD는 「바른 생활 사나이」라고 부른다.

어릴 때 꿈은 외교관이었다. 연세대 사학과를 진학한 이유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밴드 활동에 이어 연대 응원단장을 맡으면서 인생의 진로가 바뀌었다. 이런 전력 덕분에 학생 신분으로 70년대 젊은이 문화의 메카였던 「오비스 캐빈」 생맥주집에서 노래를 부르게 됐고, TBC 개그 프로 「살짜기 웃어예」의 대학 명물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를 처음 TV에 발탁한 KBS 김웅래PD는 『의외적인 상황에서도 흐름을 잃지 않는 순발력의 귀재』라고 평한다.

그는 74년 최미나와 TBC 「가요 올림픽」 MC로 캐스팅 되면서 인생의 전기를 맞이한다. 당시만 해도 아나운서가 진행자 자리를 독점하던 시대. 연예인 출신 진행자는 충격이었다. 그것도 최초의 남녀 더블 MC 체제였다. 4년동안 이 프로를 이전 진행자들과 달리 파격적이고 자유스럽게 진행해 얻으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더불어 「상록수다방 커플」 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프로가 있는 날은 하루종일 방송사 인근 상록수 다방에서 대사와 제스처 그리고 즉흥적인 대사(애드립)까지 연습했다. 이후 더블 MC체제가 붐을 일으켰다. 주간한국이 77년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MC 인기조사에서 임성훈·최미나가 1위를 차지했는데 2, 3위였던 허참·정소녀, 곽규석·명현숙 커플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는 것만 봐도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70년대 말 여러 방송사가 임성훈 잡기에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던 중 KBS는 79년 「100분쇼」 라는 대형쇼의 진행자로 그를 영입했다. 그리고 이후 11년간 KBS의 「가요톱 10」을 진행, 단일 프로 최장수 진행자라는 명예로운 기록을 남겼다.

시청자들은 임성훈 만큼 변하지 않는 외모와 분위기를 가진 MC는 없다고 말한다. 20년전 모습이나 지금 분위기나 변함이 없다는 것. 『외모가 원래 어려보이기도 하지만 공백기 없이 늘 방송에 나와 세월의 흐름을 시청자들도 인식하기 못해서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매일 생방송되는 KBS 「전국은 지금」 을 4년(87~91년)동안 진행하면서 딱 한번 방송 펑크를 냈다. 『아버지가 방송도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울면서 진행했다. 발인하는 날만 다른 사람이 대신 방송을 해줬다』

그는 가장 많은 여성 MC와 진행 해 본 남성 진행자이기도 하다. 『TV프로그램에서만 80여명의 여성 MC를 만났지요. 그중에서 처음 시작한 최미나, 호흡이 잘맞은 왕영은, 그리고 미인 장윤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토크쇼가 잘 맞는다는 임성훈은 『MC는 말 잘하는 것보다 출연자들이 속에 있는 말을 잘 할 수 있도록 잘 들어주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사람 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되지도 않는 애드립을 하면서까지 튀려는 요즘 젊은 MC들과 정반대. 방송가에선 「임성훈이 맡으면 프로그램이 장수하고 인기를 얻는다」 는 말이 있다. 실제 그가 맡은 모든 프로그램은 최소 2년 이상 지속됐다.

그는 최근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제주도를 다녀왔다. 신혼 여행으로 제주도를 가려 했지만 부산에서 방송이 있어 신혼 여행지를 부산으로 변경한 뒤 방송 3시간 뒤에야 호텔에 들어섰던 임성훈. 두아들과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는 그에게 아들들은 올 생일카드에 이렇게 적었다. 『아버지는 우리의 영원한 영웅입니다』

▲주요 진행 프로그램

74년 「가요 올림픽」(TBC)

79년 「100분쇼」(KBS)

80년 「가요톱 10」(KBS·11년간 진행」

84년 「전국일주」(KBS)

87년 「생방송 전국은 지금」(KBS)

91년 「밤과 음악 사이」(KBS)

94년 「사랑의 스튜디오」(MBC)

96년 「생방송 임성훈입니다」(MBC)

99년 「줌인 세상에 이런 일이」(SBS)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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