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년전만해도 우리 기업 사이에는 해외진출이 유행처럼 붐을 이뤘었다. 고비용 저효율로 표현되는 국내 경제구조,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 경제블록화, YS정부의 국정목표인 세계화 등을 배경으로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해외 투자만이 살길이라며 경쟁적으로 밖으로 나갔다.그러나 곧 닥친 외환위기로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환율변동에 민감한 우리 기업이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원화평가절하 등 또 다른 상황변화에 적응해가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 하나가 있다. 그것은 당시 우리 기업이 밴드웨건(Bandwagon) 효과에 따라, 즉 다른 기업의 행동을 모방해 해외진출을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이에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지역다각화라는 새로운 유행을 따르기 이전에 핵심역량 등 경쟁 우위를 위한 노력과 사전조사에 더욱 충실했어야한다는 이야기이다. 내실에 충실하지 못한채 「세계경영」의 깃발을 내걸고 줄기차게 확장해가던 한 거대재벌이 붕괴하는 현시점에서 다시 떠오르게되는 대목이다.
이런 현상이 기업에서만 관찰되는 건 아니다. 기존 정책의 내실있는 추진보다는 새로운 정책개발과 사업에만 더 관심을 기울이는 듯한 행정 부처, 줄서기를 위해 경쟁적으로 소신을 포기하는 정치권 인사, 지역 특색과 무관하게 밀레니엄 사업에 매달리는 자치단체, 남이 사니까 나도 사야한다는 식의 소비행태 등 내실없이 시류와 분위기에 편승하는 현상이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돼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얼마전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가 우리 경제를 신랄히 비판, 한바탕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의 글에 대한 허실을 가리는 논쟁에 앞서. 그의 글로 비롯된 논쟁이 늘 반복적으로 같은 문제점들이 제기되는 우리 경제와 사회에서 「내실」이란 단어를 되돌아보는 마지막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용훈 사단법인 글로벌한민족정보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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