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관계를 갖는가?』라고 물으면 남성들은 흔히 오르가슴 때문이라고 하고 여성은 친밀감으로 표현되는 사랑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물론 모든 남성들이 오로지 성적인 즐거움만을 위해 성관계를 갖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성관계에 있어 남성의 궁극적인 목적은 본능의 충족이고,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게 사랑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교감이라는 말이다.성관계와 부부관계 모두 본능에 충실한 행위이긴 하지만 그 목적은 사뭇 다르다. 우리가 가까운 사람과 기쁨, 슬픔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것처럼 부부간의 섹스는 모든 일상생활 속의 대화를 함축해서 표현할 수 있는 은밀한 대화법이다.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끼리 원만하게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남편을 끌어안고 사는 여성들은 대부분 남편에게 자신의 성적인 욕구나 불감증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또 아내를 배려하지 않는 남편의 일방적인 성관념을 당연시하기도 한다. 오히려 여성의 성은 남성에 의해 일깨워지는 수동적, 소극적인 성이라고 여겨 자신이 지닌 성적인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남사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성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도 누구와 상의해 도움을 받기 보다는 체념 속에 자신의 일생을 묻어버리기 일쑤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감이 떨어진 여성은 자기비하, 우울증 등 정신이상까지 보이기도 한다.
성의 즐거움은 젊은 여성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아니다.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여성의 적극적인 행동을 점잖치 못하다고 할 수도 없다. 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여성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섹스라는 단어는 「나눈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왔다.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함께 해온 부부가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속에서 속깊은 감정을 나누는 부부관계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행위가 아닐까.
/임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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