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의 달인」백인천전삼성감독이 홈런신기록행진을 벌이고 있는 이승엽에게 지상편지를 보내왔다. 백인천전감독은 감독 재직 당시 이승엽의 타격자질을 활짝 꽃피우게한 주인공. 지금도 이승엽에 대한 야구인으로서의 애정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그는 편지를 통해 남은 시즌 이승엽의 타격과 기록달성을 위한 마음가짐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승엽아.
25일 때려낸 49호 홈런을 축하한다. 그동안 12경기째 홈런이 터지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으리란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비록 16일간의 홈런 가뭄은 벗어났지만 올시즌 13경기를 남겨놔 부담은 여전하리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앞으로 타격자세에서 자기 리듬을 잃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최근 타격부진이 계속될 때 스윙을 지켜보니 평상시의 타격자세가 아니더구나. 마음이 앞서다 보니 공이 타구에 맞는 포인트가 홈베이스 앞으로 쏠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마다 평범한 플라이아웃이 많이 나왔는데 그런 경우는 몸이 먼저 나가 공이 배트에 먹혀 버리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물론 홈런을 기다리는 주위의 기대때문에 마음이 급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나 홈런의 욕심없이 마음을 비워야만 제스윙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안타나 홈런은 따라 나온다. 전에 종종 얘기했던 「무심타법」이 해답이다.
또 한가지 투수들에 대한 대응을 지적하고 싶다. 그동안 홈런을 맞은 투수들은 반드시 다시 홈런을 맞지 않기위해 연구하고 새로 준비한뒤 타자를 상대하게 된다. 때문에 그동안 타구가 좋았을때 투수들의 투구패턴이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것이다. 혹시 그때의 패턴에만 집착하고 있는건 아닌지 염려된다.
상대투수 또한 근본적으로 치기에 좋은 공을 던져주지 않을 것이다. 홈런신기록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을 강조하고 싶다.
각종 인터뷰나 촬영에 시달리는 생활 또한 피곤을 가중시킬 것으로 짐작된다. 아무리 젊은 선수라도 피곤이 겹치면 리듬이 깨져 버리게 되니 이는 본인이 알아서 조절해야만 하는 문제다.
그러나 지금은 주위에서 아무리 좋은 충고를 해줘도 쉽게 받아 들이기 힘든 시점이란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다는 각오로 잘 해나가리라 믿는다. 「앞으로 못해도 잘한 것」이라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믿는다.
정리=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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