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 대중음악에 대한 개방 원칙만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개방 일정을 잡지 않았다. 때문에 현재 한국에 유입될 수 있는 일본음악은 클래식과 재즈, 일본인이 작사 작곡했지만 제3국 언어로 부른 곡들 뿐이다. 그러나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가 수입추천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모호해 일본 대중음악의 편법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원칙없는 심의
한 직배 음반사는 5월 초 일본 영화 「하나비」의 영화 사운드 트랙을 발매하려다 심의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오리지널 스코어(연주음악) 작곡자인 조 히사이시의 연주음악이 전부이지만 5명의 심의위원들 사이에서 「영화 사운드 트랙은 발매할 수 없다」는 기준이 적용됐기 때문. 그러나 이 작곡자의 연주곡을 담은 음반은 국내에서 발매됐다.
또 다른 직배사는 일본 후지 TV 드라마 히트곡을 모은 음반 「Dramatic」을 내주중 시판하려다 일본 음악의 우회 유입이라는 비난 여론을 의식, 음반발매를 무기한 보류했다. 음반에는 아무로 나미에의 「Can You Celebrate」, 글래이의 「Be With You」등 국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일본 「J(저팬)팝」의 대표 선수들의 노래가 연주곡으로 수록됐다. 이 음반은 「클래식」으로 장르가 구분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입추천을 받은 상태. 이같은 사례를 기준으로 몇몇 수입사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음반을 기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이 문제
결국 일본 인기가수의 연주곡으로 대중의 입맛을 길들여 대중음악의 불법 유통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또 일본대중음악 유입불가라는 정책 일관성에도 흠집이 생기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있다. 영화, 대중음악, 광고, 방송, 게임 등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한 소프트웨어를 복수 매체가 이용하는 윈도우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 「크로스 오버」의 유행도 일본 음악의 우회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 힙합과 클래식의 결합, 록과 재즈가 결합한 음악 등 다양한 크로스 오버의 현실을 등급위의 추천 심의가 따라잡고 있지 못한 것이다. 현재 문화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지켜달라」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주문했고, 위원회도 이전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런 식의 1회용 대책보다는 대중음악 현실을 고려한 일관성있는 추천제를 요구하고 있다. 등급위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 대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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