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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직사회, 안방부터 개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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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직사회, 안방부터 개혁하라

입력
1999.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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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옷로비의혹사건 청문회가 진상은 밝혀내지 못하고 의혹만 부풀린채 사흘만에 끝났다. 언론들이 3류 코미디로 혹평한 이번 청문회는 의도했던 것과는 반대로 고위공직자 부인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 오히려 국민들의 심장만 상하게 했다.호가호위하며 어울려 다니면서 언니 아우하던 사람들이 얼굴을 붉히고, 눈꼬리를 치켜 세우는 청문회 장면에서는 연민의 정까지 자아내게 했다. 국회사무처는 대질신문때 만일의 사태에 대비, 자리배치까지 신경을 썼고 증인들 사이에 여성 경위까지 앉혔다고 한다.

「남편이 대장이면 부인은 원수」라는 말은 일찌감치 들어온 바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처럼 고위공직자 부인들이 공식 모임을 빙자해 끼리끼리 몰려 다니면서 고급음식점에서 비싼 점심을 먹고, 고급의상실에 들러 수천만원어치 옷을 산뒤 저녁이면 유명 가수의 쇼를 보러 다녔다니 딴세상 얘기로 들린다. 그것도 운전사가 딸린 관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거들먹 거렸다니 이땅에 과연 공직기강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옷로비사건 관련자들이 남편의 지위를 업고 벌였을 눈꼴사나운 작태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지 벌써 1년6개월이나 됐다. 아직도 개혁은 미완성 단계다.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개혁이 한창 진행중인 때 고위공직자 부인들과 대기업 총수 부인이 몰려 다니며 옷로비사건을 일으켜 온 세상이 난리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졌던 때는 국민 모두가 IMF체제 아래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던 시기다. 일자리에서 쫓겨난 가장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실직을 비관한 자살자가 속출하던 때다. 밥을 굶는 어린이들이 20만명에 육박하고 직장에 남은 봉급생활자들도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기였다.

이런 시점에 공직자부인들이 끼리끼리 작당해 고급 옷가게나 들락거리며 자기들만의 풍요를 즐기고, 중요한 수사기밀이 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니 이 사회는 분명히 도덕적으로 썩어 문드러진 사회다. 온 나라에 개혁의 태풍이 몰아치는 때에 고위공직자들의 안방이 무풍지대 였다면 더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재삼 강조하지만 권력의 정당성은 도덕성에서 나온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는 몸가짐을 일반 국민들보다 더 깨끗이 해야 하고 그 주변사람들까지도 도덕성에 하자가 없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공청회를 지켜본 국민들 가운데 『IMF를 극복하겠다며 아이들 돌반지까지 내놓은 것이 후회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직시해 신뢰받는 공직사회를 이룩할 획기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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