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장선우의 「거짓말」같다. 미셸(보구슬라브 린다)은 폴란드의 인류학과 교수. 결혼을 앞둔 독신이지만 분명 중년의 모습이다. 그가 집을 구하러 다니는 한 가난한 여대생(이오나 페트리)을 만나자마자 반강제로 섹스를 한다. 리듬을 실어주는 심장 박동소리같은 테크노 음악.남자는 걷잡을 수 없는 욕정에 사로잡힌다. 둘의 섹스는 점점 격렬하고, 변태적으로 발전한다. 여자는 걸음걸이부터 정상이 아니다. 멍한 눈에 속옷을 입지않고, 닥치는대로 먹고 거리를 활보한다. 생각이란 아주 단순한 두뇌의 성적 분비작용이라고 믿는 남자는 본능만 살아있는 그녀와의 섹스에서 생명의 힘을 느낀다. 성적으로 너무나 완벽한 운명과도 같은 관계. 그들에게 섹스는 탄드라에서처럼 세상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행위이기도 하다.
주변의 모든 것이 성의 상징이다. 기계공학에서의 유체역학의 원리도, 동성애에 괴로워하다 자살한 신부인 미셸의 동생의 존재도. 그러면서 「샤만카」(Chamanka·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여자 주술사)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상징들을 샤머니즘과 인류학에 결합시켰다. 때문에 영화는 이중적 미스터리 구조를 띤다. 미셸이 발굴한 뒷머리가 함몰된 채 죽은 미이라의 존재가 그 매개체 역할을 한다.
미이라의 죽음이 현재의 이 여자와 관련이 있고, 이 여자야말로 샤만카의 환생이라는 설정은 다분히 주술적이다. 환영속에서 미이라에게 사실을 전해들은 미셸이 떠나려 하지만 여자는 이성으로의 회귀를 허용하지 않는다. 완전소유를 위해 남자를 죽이고 미이라에게 그랬던 것처럼 본능의 에너지인 그의 뇌를 먹는 여자. 이 엽기적 행위가 끝나면 여자는 정상의 발걸음으로 거리를 나선다.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의 마지막 장면처럼.
「샤만카」는 인연에 관한 영화다. 그 인연은 반이성적이다. 주술의 힘을 빌어서라도 이성과 이성이 지배하는 질서에 침을 뱉고 싶은 감독의 욕망. 그러나 그것이 보편성을 가지기에는 너무나 개인적이고 작위적이다. 9월 4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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