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대우그룹에 대한 100여개 채권금융기관들이 모인 가운데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는 순조롭지 못했다.채권금융기관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3시간여 동안 격론을 벌이는 등 대우그룹 주력계열사의 워크아웃 결정까지는 난산을 거듭했다.
특히 투신사들이 보증사 이자까지 지급유예대상에 포함시킨 기업구조개선안에 강력 반발, 일부 계열사에 대한 표결이 보류되는 등 차질을 빚기도 했다.
○…당초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이날 협의회는 19개 투신사들의 실력행사로 난항을 거듭했다. 투신사들은 대우 보증채의 이자부분이 채권행사 유예대상에 포함된 데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다. J투신 관계자는 『12일 수익증권의 대우채권과 비대우채권을 분리하면서 대우 보증채는 비대우채권에 포함시켰는데 이자지급이 유예된다면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보게될 것』이라며 『당장 내일부터 환매요청이 빗발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회의를 주재한 제일은행 유시열(柳時烈)행장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양해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투신사들의 반대표로 대우캐피털과 다이너스클럽코리아 2개사는 결국 유예대상 채권 확정안 표결을 보류한채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회의를 주재한 제일은행측이 이날 협의회를 급하게 소집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결의안의 효력이 무효화할 뻔 하기도 했다. 각 채권금융기관의 채권신청을 받아 채권액을 확정지은 뒤 협의회를 개최하는 통상절차를 밟지않고 제일은행측이 은행연합회의 기업정보자료(CRT)에 근거, 공모사채를 제외한 채권액을 산정한 것. 이에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이 『의결권이 채권액 비율대로 주어지는데 공모사채를 제외하고 채권액을 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 금감원 관계자가 긴급히 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워크아웃 대상 선정에 대해서도 채권단간 견해가 엇갈렸다. 일부 종금사들은 사실상 워크아웃상태인 데 별도의 구조조정협약이 체결되어 있는 쌍용자동차를 워크아웃으로 선정한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주거래은행측은 쌍용자동차에 대해 이미 1조7,000억원의 채무조정을 해주고 있으며 승용차와 버스는 계열분리되어 있는 상태지만 현재 자금사정이 안좋아 또 다시 채무조정을 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채권단을 설득했다.
○…한편 채권단 실무책임자인 이호근(李好根) 제일은행상무는 회의를 마친후 기자회견을 통해 『대우 계열사에 대해 채권금융기관들이 확고한 채권유예의 기반위에서 구조조정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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