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여권 핵심부가 국민회의 「기득권층」과 당외 영입세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신인인사 영입을 위해 기득권 포기 카드를 던진 뒤 당내 인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다시 주워담는 구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 일부에선 『집토끼, 산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신당이 맹탕이 되고 마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여권 핵심인사들은 지난달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대폭 물갈이」를 시사하고 「과감한 젊은 피 수혈」을 공언, 여권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불러일으켰다. 국민회의도 이만섭(李萬燮)총재대행의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들어 핵심부의 뒷걸음치는 듯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대통령은 25일 이대행으로부터 주례 당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기득권 포기 방침을 「선언적 의미」로 평가절하한 뒤 『공천률 몇 %, 물갈이 몇 % 하는 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역 의원과 원외위원장들을 신당에서도 배려할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한화갑(韓和甲)총장도 23일 기자들과 만나 『현역 의원들을 소외시킬 수는 없다』며 『신당에서도 현역 의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같은 핵심부의 태도 변화는 현역 의원, 원외위원장 등 여권내 기득권층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지구당위원장 전원 사퇴론」등에 자극받아 『국민회의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신당을 만드느냐』『현역과 신인들중 누가 더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는지 따져보자』며 소리나지 않는 항변을 하고 있는 기존 지구당위원장들을 진무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핵심부로선 당장 눈앞에 닥친 정기국회에서의 각종 개혁입법 처리, 총선을 앞둔 지구당 기간조직의 와해 등을 걱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일각에선 『정기국회만 넘기면 핵심부의 물갈이 의지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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