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먹거리만큼이나 에너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고도화하면서 에너지의 유한성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에너지의 사용에도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과 관련이 있는 환경문제, 특히 지구온난화 문제까지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최근 1주일 이상 계속되고 있는 폭염에다 특히 대도시지역의 고온현상은 도시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로 인한 이른바 열섬현상(thermal islane)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열섬현상과 같이 일시적인,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관계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기후시스템에 인간활동으로 인한 직접 또는 간접적 영향으로 생기는 인위적인 변화로서 탄산가스, 메탄, 질소산화물 등 온실가스의 과도한 배출로 인한 것이다. 특히 오늘날 인류는 탄산가스를 연간 무려 250억톤 넘게 배출하고 있다. 대기중 탄산가스가 지금의 2배 정도 증가한다면 1∼3.5도 정도 기온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극지방의 얼음이 녹음으로써 2010년에는 해수면이 15㎝∼95㎙나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시각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인위적인 환경변화로 인한 재앙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인류는 마침내 기후변화협약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사용에 제한조건을 두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는 주장과, 최대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자는 보전의 개념을 만들어내야 했고, 나아가 각종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
당연히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이런 화석연료 사용억제 움직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이산화탄소를 덜 발생시키거나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원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러한 요구조건을 가장 잘 갖추고 있는 현실적인 에너지원의 하나로 원자력을 들 수 있다. 현재 세계 36개국에서 가동중이거나 건설 및 계획중인 원전이 514기에 이르고 있고, 발전전력량 측면에서도 세계 전력의 17%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실제로 원자력은 에너지생산으로 인한 전지구적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8% 정도를 감축시키고 있다.
마땅한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도 고리, 울진, 월성, 영광 등 4곳에서 총 14기가 가동중이고 6기가 건설중이며 지난해 발전전략량의 43% 정도를 차지할 만큼 원자력개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공헌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감축과 관련하여 볼 때, 그리고 앞으로의 개발 가능성을 볼 때 안전성, 신뢰성 및 경제성을 두루 갖춘 발전용 원자로기술이 확립되어 있는 원자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핵분열 발견 당시 원자력에 기대했던 에너지에 대한 희망을 상당부분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면한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구의 종말을 운운하는 세기말 분위기 속에서 외부적인 요인때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야기시킨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이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있다.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환경이라는 서로 상충관계에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에너지문제 해결에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종교에서 말하는 「그 날이 오기 전에」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하는 원자력에 대한 시각도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김장곤·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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