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이 초대형 패션건물로 무장을 했다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시장은 여전히 「남대문시장」이다. 수입상품, 안경, 그릇 등 다채로운 품목 가운데 가을을 앞두고 남대문이 자랑하는 부문은 특히 두가지, 아동복과 중·장년층 여성의류다. 국내 아동복시장의 대명사답게 남대문시장에는 벌써부터 새학기를 맞은 아이들과 손을 잡고 나선 주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또 10~20대 위주의 동대문 의류시장에 맞서기 위해 30대 이상 여성을 공략하기 위해 중·장년층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의류를 내놓았다. 가을을 앞두고 부쩍 커버린 아이들에게 예쁘고 저렴한 새옷을 사주고, 이참에 가을옷도 한벌 장만하고 싶은 주부들은 남대문시장을 찾아가 보자. 남대문을 움직이는 힘을 만날 수 있다.아동복시장의 메카 남대문 아동복상가는 전국 아동복시장 매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아동복 상권의 중심지. 밤 12시에 문을 열어 새벽 6시까지는 소매상인들을 상대로 도매를 하고, 오후 3시까지는 일반 손님들에게 물건을 판매한다. 쇼핑하기 편리한 시간은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그리쉼쇼핑(옛 새로나백화점) 뒤편에 줄지어선 마마, 부르뎅, 원, 크레용, 포키 등 5개 아동복 전문상가와 골목 곳곳의 노점 등 1,200여개 점포들이 즐비하게 늘어 서있다. 호황을 누리던 80년대에 「전문아동복」의 상표로 자리잡은 이들 상가는 아직까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수월하게 떠오르는 아동복 브랜드이기도 하다. 78년 세워진 부르뎅 아동복상가는 다양한 디자인의 아동복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31일까지 여름상품을 세일하는 한편, 가을상품도 꽤 내놓고 있다. 포키 아동복상가에서는 벌써부터 가을 중반을 겨냥해 니트와 두꺼운 점퍼 제품도 나와 있다.
이 곳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 상품마다 다소 차이가 나긴 하지만, 백화점보다 20~50%정도 싼 값에 아이들의 옷을 구입할 수 있다. 상가의 쇼윈도에 전시된 아동복의 꼬리표에는 품목과 점포명만 붙어 있다. 웬만큼 흥정하면 가격을 깎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체로 5~8살무렵 남자아이들의 멜빵바지는 1만4,000원대, 점퍼는 1만3,000원대, 여자아이들의 원피스는 2만원대, 남방과 티셔츠는 1만원대에 무리없이 고를 수 있다. 여섯살 사내아이에게 가을 옷으로 티셔츠와 바지, 점퍼를 사 입히는데 4만원이 채 안드는 셈이다. 품질과 디자인도 백화점 유명브랜드 못지 않다는 것이 아동복 상인들의 설명이다.
30대 이상 여성의류의 중심 아이들과 함께 가을옷을 고르려는 주부들은 남대문시장의 여성의류 매장을 한번 들러보는 게 좋다. 남대문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는 품목으로 꼽히는 여성의류 매장이 올 가을 조심스런 변신을 꾀하고 있기 때문. 10~20대 고객들이 동대문상권으로 옮겨가 한동안 주춤했던 남대문 의류상가는 최근 중·장년층 여성의류를 중심으로 「동대문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남대문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을 쉽게 동대문에 내줄 수는 없다는 자존심의 발로다. 실제로 올 가을을 앞두고 남대문 여성의류상가에서는 주요 고객을 중·장년층 여성으로 삼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품목을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다. 밤 12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까지 물건을 판매한다.
남대문시장에서 영업중인 1만여개 점포 가운데 여성의류매장은 절반 가까운 4,000여개 점포. 68년 처음 문을 열었던 대도아케이드상가를 비롯, 한영상가와 남대문일번가 등 15개 대형 전문상가는 30여년동안 중산층의 여성패션을 주도해온 유서깊은 곳. 남대문일번가 상가와 대도아케이드상가 일대는 40~60대 부인들의 옷을 판매하는 점포가 대부분이다. 영코아 장띠모아상가 등에서는 30대 주부들을 위한 정장을 1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중·장년층 부인복을 취급하는 대도퀸숙녀복상가에서는 정장 1벌을 13만~15만원대에 판매한다. 아직 여름상품 위주이긴 하지만, 가을 상품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초가을 정장이 10만원대, 후드 점퍼는 3만5,000원 정도에 판매된다. 이달 말부터는 가을의류 신상품이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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