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孫炳斗)부회장은 25일 청와대 정·재계간담회를 계기로 재계가 개혁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손부회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재벌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해 보다 투명하게 기업을 경영하도록 재계 전체적인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이건희(李健熙)회장은 간담회를 마치고 태평로 삼성본관에 들러 구조조정본부 임원들에게 간담회 내용을 설명하고 『경제개혁 분야에서 앞장설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재계는 그러나 이날 합의문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앞으로 세부 정책에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존의 재벌개혁 5대원칙에다 이번에 추가된 3원칙(제2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순환출자금지, 변칙상속 방지)의 각 세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비현실적인 정책만 낳게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계는 우선 재경부가 부활을 추진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경우 출자한도 규모에 따라 금융시장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5대기업 계열사의 상호출자총액은 35%를 넘으며 일부 기업은 50%를 넘기 때문에 정부가 종전처럼 25%를 상한선으로 설정할 경우 주식시장에 물량이 일시에 쏟아져나와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 제도를 시행하면 외국기업들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때 이를 저지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는게 재계의 지적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특정회사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었을 때 지배주주와 경영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이 경영을 하다보면 이익을 낼 수도 있고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데 손해를 입혔다고 해서 경영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든다면 어떻게 소신있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재계는 「사외이사 50%이상」방안도 기업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려면 신속한 결정을 단행해야 하는 때가 많으나 사외이사까지 포함하는 이사회는 월1회 가량 개최하기 때문에 시간을 다투는 사항들은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고 재계는 반박하고 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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