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2월20일 일본 시즈오카현 시미즈시의 클럽밍크스에서 일어났던 야쿠자 살해사건이 재일동포 차별문제를 한일 양국에 부각시킨 김희로사건의 시작이었다. 빌려쓴 돈을 갚으라고 협박하면서 『조센징, 더러운 돼지새끼』라는 욕설을 퍼부은 야쿠자 두목과 부하등 2명을 엽총으로 살해한 김씨는 현장에서 45㎞ 떨어진 시마다의 한 여관에서 투숙객 13명을 인질로 잡고 장장 88시간의 인질극을 벌인끝에 기자로 가장한 수사관들에게 체포됐다.초등학교를 중퇴하고 항구노무자등으로 전전하면서 평범하게 살아온 김씨의 인생이 재일동포차별문제의 전면으로 나선 순간이었다. 당시 마흔한살.
일본 건국이래 4대 테러사건으로 꼽히는 이사건은 당시 일본열도를 뒤흔들면서 재일동포의 인권문제를 이슈로 부각시켰다. 8년간의 지루한 법정공방끝에 75년 11월 무기징역이 확정된 그는 31년간의 수감생활을 통해 일본내 최장기수기록을 세웠다. 재일동포 인권신장에 대한 그의 집념은 「김의 전쟁」(92년)으로 영화화하면서 국내에도 소개됐다. 지난해 92세로 시즈오카 시립양로원에서 타계한 어머니 박득숙씨의 눈물겨운 옥바라지와 김씨의 애틋한 효성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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