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증인출석 연기신청을 한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는 옷 로비 의혹의 진실게임을 풀 열쇠로 지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은 정씨를 이 사건의 「주범」으로 찍어놓은 상태다. 『배정숙씨가 관련된 모피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정씨가 현 정권 핵심실세 부인들이 줄줄이 연관돼 있는 고급 옷 로비 사건의 핵심 연결고리』라는 게 한나라당측 주장이다.사실이 그러할지는 두고 볼 일이나, 당장 정씨를 통해 밝혀져야 할 굵직한 사실관계만 해도 너댓가지가 넘는다. 우선, 연정희씨와 배정숙씨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문제의 호피코트가 언제 연씨에게 전달됐고, 또 언제 반환됐는지가, 이 물건을 판 정씨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
배씨가 이형자씨에게 옷값 대납요구를 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두사람 모두와 친분이 있었던 정씨는 옷 로비의 실체를 알고 있을 뿐더러, 두사람과 계속 통화하며 거간역할을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형자씨의 동생 형기씨는 『정씨가 지난해 12월18일 언니에게 전화를 해 「내일 장관부인들이 수천만원대의 옷을 보러 올 텐데 돈을 대신 내겠느냐」고 물어봤다』고 했는데, 과연 그런 일이 있었는지 판명돼야 한다.
정씨의 청와대 로비여부도 규명대상. 배씨는 정씨로부터 『이형자씨가 나에게 청와대에 전달해 달라며 서신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받았으면 전달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1억원대의 밍크코트 등 라스포사의 고급 의류가 연씨 등 장관부인들에게 전달됐으나, 사직동팀이 내사에 들어가자 서둘러 반환하고, 일부 옷값은 쿠퐁으로 갚았다』는 한나라당의 주장도 정씨를 통해 진위여부가 가려져야할 대목이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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